[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류중일 삼성 감독이 애타게 찾던 심창민이 9월의 첫 날 돌아왔다. 더 이상 허리는 아프지 않다. 단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 2군 경기 등판 없이 호출됐다.
점차 좋아질 테지만 아직은 100%는 아니다. 복귀 후 2번째 경기였던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는 첫 타자 양의지에게 초구에 홈런을 허용했다. 오랜만에 낮 경기라 걱정이 많았던 심창민인데,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심창민은 탈삼진 3개를 잡으면서 퍽 인상적인 역투를 펼쳤다. 3주 가까이 실전 경험이 없다는 걸 고려하면 무난했다. 심창민의 표현대로 ‘원래 있던 사람’ 같았다.
심창민은 지난 8월 12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사유는 허리 통증. 류중일 감독은 “열흘 내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했다. 4주 진단이었다. 심창민은 20일 만에 합류했다. 상태가 호전됐다. 그만큼 심창민이 재활 과정에서 무던히 노력했다는 방증이다. 그는 “하루빨리 복귀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라고 밝혔다.
↑ 허리 통증을 치료한 심창민은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부족한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단계지만, 그는 여전히 듬직하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류 감독은 4일 심창민의 투구 내용을 살핀 후 마무리투수 보직 변경 여부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홈런도 맞고 볼넷을 내줬으니 고민스러울 터. 그러나 심창민의 ‘강심장’은 높이 평가 받는다. 심창민은 “타이트한 상황일수록 더욱 집중이 잘 된다”라고 했다.
심창민은 1993년생이다. 24세 투수는 앞으로 3경기를 더 뛰면 KBO리그 통산 25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다. 4년 연속 50경기 출전과 함께. 그 경험은 무시될 수 없다. 한 달 가까이 빠졌음에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것에 심창민도 뿌듯해했다.
뒤늦게 다시 돌아왔다. 삼성은 9위다. 이제 25경기만 남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류 감독은 연승의 바람이 불기를 희망했다. 꺼져가는 가을야구 희망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심창민도 힘을 보태야 한다. 지금껏 해왔듯.
심창민은 올해 프로 데뷔 첫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았다. 첫 경험이나 잘 했다. 47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4홀드 15세이브 5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했다.
물론, 패전이 많고 블론세이브도 적지 않다. 10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그보다 패전이 많은 건 임정우(8패·LG) 뿐이다. 블론세이브 또한 김세현(8개·넥센), 이현승(두산), 정우람(이상 6개·한화)이 더 많다.
그럼에도 주목할 건 평균자책점이다.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톱클래스다. 이 조건 중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건 임창민(2.56·NC) 밖에 없다. 타고투저, 그리고 마무리투수의 수난시대에 그는 꽤 짠물 투구를 펼쳤다.
단순히 세이브 숫자가 평가 잣대일 수만은 없다. “50을 기대하면 100을 보여주겠다”던 심창민은 충분히 잘 해왔다. 그렇지만 그는 시즌 끝까지 잘 하고 싶다.
심창민에게 남은 시즌은 고작 1달이다. 잔여 25경기 중 몇 경기를 나갈지 모른다. 20세이브 이상을 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 그렇지만 그가 잘 해야 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도 직결된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참가해 ‘새로운 경험’을 한 심창민이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 물론, 당시 그는 주축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표팀이 그를 원한다. 경쟁력을 갖춘 불펜 우투수다. 게다가 그는 사이드암이라는 ‘특수성’을 지녔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갖고서 후반기 성적이 선수 선발의 주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꾸준하되, 점점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KBO리그의 마무리투수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매우 높다. 세이브 부문 1위 김세현(2.30)과 임정우(2.18)가 잘 하고 있지만, 5점대 이상 투수가 수두룩하다. 그 가운데 심창민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54에 불과하다.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심창민도 예외는 아니다. 그 역시 2017 WBC 출전을 꿈꿨다. 다만 실력으로 당당히 나가겠다고 했다.
심창민은 시즌 초반 “프리미어12에서 많이 보고 느꼈다. 그렇지만 대체선수로 참가했다. 이번에는 잘 해서 뽑히고 싶다. 내 실력을 검증 받아 대표팀에 뽑힌다면 진짜 국가대표이지 않은가”라고 전했다.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심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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