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마르테, 엑스트라(훈련) 안 할 거야? 일단 가볍게 치고...” 지난 4일 수원 야구장, 앤디 마르테를 향한 주장 박경수의 외침이다. 물론 농담이다. 마르테는 훈련을 할 수 없다. 복장도 사복 차림이었다.
마르테는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러 들렀다. 시즌 종료 후 kt와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마지막이 될 자리였다. 하지만 마르테를 만난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어느 누구도 ‘끝’이라는 단어는 꺼내지 않았다.
마르테는 지난 8월 22일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현재 회복 중이다. 오는 7일에는 미국 뉴욕으로 출국, 어머니를 만나 며칠간 시간을 보낸 뒤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재활에 돌입한다. 그는 11월말에서 12월초부터는 윈터리그를 소화할 예정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참가한다. 건강은 재계약 여부와 직결된다.
↑ kt 위즈 외국인 선수 앤디 마르테가 4일 마지막으로 홈구장을 찾아 인사를 나눴다. 사진(수원)=강윤지 기자 |
▶떠나는 마음, 그리고 눈물
야구장에 마지막으로 들른 마르테는 선수들 앞에서 진심을 전했다. 선수단 앞에서 “2년 동안 본 결과, 많은 기회가 있는 팀이다. 모두가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고 잘 잡았으면 좋겠다”고 동료들의 행운을 빌었다. “내년에 돌아온다고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자”는 당부도 함께 전했다.
신생팀의 1군 첫 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추억을 함께 쌓았다. 덕분에 인사할 곳이 참 많았다. 조범현 감독과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마르테의 눈시울은 이내 붉어졌다. 통역 담당 김희준 매니저와 인사할 때는 두 사람 모두 펑펑 울었다. 마르테는 경기를 앞두고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했지만 마르테도, 상대방도 ‘끝’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지 않았다.
마르테는 “작년에 kt에 온 이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가족보다 선수단과 보낸 시간이 더 많다. 헤어지게 되니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 야수조 앞에서 인사를 전하는 마르테. 누구도 이 모습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사진(수원)=강윤지 기자 |
▶수술과 시즌아웃, 내년을 위한 큰 결심
두 시즌 동안 부상이 많았다. 햄스트링, 옆구리, 비염 등으로 고생했다. 때문에 작년에는 115경기, 올해는 9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마르테의 가장 큰 아쉬움은 여기서 나온다. 마르테는 “야구선수이기 때문에 몸이 안 좋아서 출전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며 팬들에게도 죄송한 일이다”고 아쉬워했다.
몇 차례의 부상이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복귀했다. 그리고 매번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허리 부상은 조기 시즌 아웃을 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처음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건 6월초. 마르테는 “그날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는데 그 때는 이렇게 심한 건 줄 몰랐다. 주사를 맞고 쉬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두 달여 간 심사숙고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한국, 미국 등의 여러 의사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마르테가 수술 쪽으로 마음이 기운 건 내년 시즌 준비 때문이다. 마르테는 “재활을 택했을 때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럴 경우 내년 시즌 시작 준비가 안 된다. 수술을 받고 나서 겨울부터는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 그저 외국인 선수라기보다는 한 팀원이었던 마르테. 젊은 선수들에게는 좋은 선배였고, ‘베테랑 라인’에서는 함께 팀을 이끌어 가는 동료였다. 사진(수원)=강윤지 기자 |
▶한국, 그리고 kt는 내 인생을 크게 바꿨다
마르테에게 한국 생활, 그리고 kt 위즈의 의미는 각별했다. “작년 kt에 온 이후로 나와 가족들의 인생이 굉장히 크게 바뀌었다. 아시아에 처음 왔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르테 이상으로 한국 생활을 좋아하는 가족들도 이곳을 떠나는 게 슬프다. 마르테는 “가족들이 한국 생활을 매우 좋아하고, 여기 와서 야구 보는 걸 즐겼다. 아마 여기를 많이 그리워할 거고, 떠나는 게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르테는 ‘신생팀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첫 외국인 선수’라는 의식이 굉장히 컸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경험이었다. 작년 팀이 꼴찌를 했고, 그걸 이겨내고 올라가려 했던 과정들이 생각난다. 또, 수원에 kt가 창단하면서 야구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도 함께했다”고 두 시즌을 돌아봤다.
두 시즌을 돌이키며 여러 기억들을 꺼냈다. 절로 미소 지어지는 장면들이 머릿속에 재생된다. 꺼낸 추억 하나, “그라운드에서는 이대형이 땅볼을 치고 유희관(두산)과 1루까지 달리기 시합을 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추억 둘, 선수로서는 커리어 첫 만루홈런의 기억이 생생하다. “대구에서 만루홈런을 쳤는데, 커리어 통틀어 1군에서 처음 쳐 본 만루홈런이었다.”
한국, 그리고 kt는 즐거운 기억이다. 그렇기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당연히 다시 오고 싶다. 가능하다면 야구 커리어를 여기서 마무리 하고 은퇴도 이곳에서 하는 게 목표다.”
인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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