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마운드 보직이 파괴된 한화다. 최근만 그런 건 아니다. 시즌 초반부터 그랬다. 다만 그때는 공식 언급은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하루 전날 대전 LG전 승리를 위해 “도박을 걸었다”라고 표현했다. 송창식, 권혁 등이 팔꿈치 통증으로 빠지면서 카스티요, 윤규진 등 선발 자원이 불펜 대기를 해야 했다.
거꾸로 불펜 자원의 선발 등판도 ‘당연한’ 옵션. 심수창은 뒷문에서 다시 앞문으로 이동했다. 그의 시즌 10번째 선발 등판 경기는 지난 8월 10일 삼성전 이후 24일 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따로 휴식도 없었다. 심수창은 전날 대전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공 6개로 타자 2명을 상대했다.
‘어제 불펜-오늘 선발’ 등판이었다. 아주 놀랍진 않다. 심수창은 지난 7월 29일과 30일 두산과 잠실 2연전(23구-89구)에도 경험한 바가 있다. 심지어 둘째 날 5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1799일 만에 선발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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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심수창이 3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계산된 투입이다. 김 감독은 선발 등판 배경에 대해 심수창의 고척돔 성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심수창은 시즌 넥센전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척돔 평균자책점은 2.08로 매우 낮다. 대구구장(1.80) 다음으로 좋다. 한화 이적 후 첫 홀드(5월 25일) 및 첫 승(5월 26일)을 모두 고척돔에서 올렸다.
그만큼 이번 경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다. 한화는 5위 LG에 2.5경기차 뒤져있다.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간극이다. 단, 좁혀야 할 판에 벌어지면 곤란하다. 심수창도 “실수, 실투만 없으면 5위 내 진입할 수 있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나 역시 고비 하나를 잘 넘겨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심수창의 1회는 힘겨웠다. 1사 후 고종욱의 내야안타, 이택근의 사구로 연속 출루. 제구가 불안했다(13구 중 볼 6개). 심수창이 선발 등판한 9경기 중 4회 이내 강판이 7번이었다. 조기 강판은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가 가장 상상하기 싫은 그림이다.
심수창은 꿋꿋했다. 2회를 공 11개로 삼자범퇴. 그게 가장 깔끔한 이닝이었다. 심수창은 2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최소 주자 2명을 내보냈다. 3회까진 4피안타 1사구에도 1실점으로 잘 막았다. 한화 타선도 6점을 뽑으며 심수창을 지원했다.
하지만 심수창은 3번째 찾아온 고비를 이겨내지 못했다. 볼넷과 안타 2개로 무사 만루. 임병욱, 서건창을 연속 아웃시키며 고비를 극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으며 4회가 끝나기 전 먼저 마운드를 내려갔다. 심수창의 고척돔 강세는 물론 35일 전과 같은 의외성은 없었다. 3⅔이닝 8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5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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