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은 엔트리를 꽉 채우지 않는 이유로 ‘배려’를 든다. 최종명단에 들고도 뛰지 못하고 돌아가는 선수 마음을 헤아려 아예 호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본론에 앞서 먼저 묻고 싶다. 그게 진정 선수를 위한 배려인지.
중국~시리아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을 예로 들어, 엔트리에 들지 못한 2명이 ‘공식 경기에 뛰지 못한다 할지라도 난 슈틸리케호에 승선하고 싶어’라고 생각한다면 그 선택은 배려보단 배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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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한국의 3-2 승리로 끝난 중국전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
‘언제나 열려있다’는 대표팀 문이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 날 배려하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단 ‘눈 밖에 났는데 배려로 포장한 거구나’라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황의조 경우를 보자. 줄곧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하다 이번 2연전을 앞두고 낙마했다. 최종명단 대신 대기명단에 이름 올린 그는 손흥민이 중국전만 치르고 돌아가게 되면서 부랴부랴 대체발탁했다. 탈락 후 발탁이라. 파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이 마냥 행복할까?
뽑지 않아 팀에 없는 선수는 배려하면서 팀에 속한 선수는 종종 배려하지 않는 행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 3월 김진수는 레바논과 월드컵 2차예선을 마치고 “볼 키핑이 안 좋았다”, “안정감이 떨어졌다”, “5~6주 연속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해서…”라는 감독의 얘기를 언론 기사로 접했다.
활약이 다소 아쉬웠다, 플레이가 좋지 못했다와 같은 표현도 듣는 이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데, 감독은 시간을 들여 한 선수의 부족한 점을 공개 석상에서 지적했다. 부진한 활약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는 와중이었다. 감독이 불을 꺼도 모자를 판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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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기자회견장에선 어떠한 배려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넓은 공간을 놔두고 굳이 좁은 공간에 패스를 밀어 넣다 역습을 허용했다. 경기 주도권을 잡고도 횡패스 빈도수가 많았다.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누구 하나가 실점으로 연결된 실수를 했다. 90분 뛸 체력이 안 된 선수도 있었다. 그래서 쉽게 끝낼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이 같은 선수 탓은 기자회견 중간중간 튀어나왔다. 감독 탓은 쏙 빠졌다. “코치진의 책임”이란 표현을 거듭 반복하는 중국 가오홍보 감독과는 달랐다. 3-0이던 스코어가 3-2가 됐고, 막바지 뒤집힐 뻔했거늘 감독의 영역인 전술전략, 교체수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스코어가 앞선 상황에서 공을 지키지 못해 흐름을 빼앗기고, 공격 전략은 단조로웠으며, 국제무대에서 발을 맞춰보지 않는 포백 라인은 불안했다. 이 모든 책임은 온전히 선수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동원의 맹활약 뒤에는 논란(?)을 딛고 발탁한 자신의 공이 크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스페인전 대패, 중국전 부진에 있어선 한발 뒤로 물러나 있으려 한다.
뽑는다 해도 결장할 것이 유력한 선수들을 뽑지 않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배려지만, 현재 옆에 있는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배려다. 설령 본심은 아니더라도 패배(혹은
지금까진 대체로 말하는 대로 이뤄졌지만, 월드컵이 걸린 최종예선에선 지금과는 다른 그림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팀’이고, 원팀은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 완성할 수 없다.
윤진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