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의 상황인식이 참으로 놀랍다. 김 위원장은 1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WBC 대표팀 발탁을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오승환이 사회적으로 잘못한 것은 맞지만 국가대표로 뽑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지만 국가대표 선발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기술위원장의 발언이라 사실상 오승환을 뽑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 내년 WBC 대표팀에 징계중인 오승환을 선발할 뜻을 내비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더욱 놀라운 것은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을 ‘봉사’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국가대표는 최고의 명예이고 성스러운 징표다. 운동선수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최근 끝난 리우올림픽에서도 잘 드러났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은 국가대표 선발이 일생의 목표다. 오직 국가대표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제 아무리 프로선수라 해도 국가대표의 가치를 희석시킬 수 없다. 김인식 위원장의 ‘봉사’는 ‘희생’과 비슷한 뉘앙스로 들려 매우 귀에 거슬린다. 김 위원장의 ‘봉사’가 오승환에게 국가대표 활동을 통해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로 해석돼 더욱 개탄스럽다.
오승환은 불법 해외원정도박으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 원 형을 받은 범법자다. KBO는 오승환에게 한 시즌의 절반인 72경기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영구제명 다음으로 무거운 처벌이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이라 KBO의 징계는 보류된 상태다. 오승환의 징계는 앞으로 변수가 많다. 그가 한국에서 프로 선수생활을 하지 않으면 이 징계는 유명무실해 진다. 오승환이 국내에서 선수생활은 하지 않고 지도자를 할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아직 징계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은 오승환을 ‘봉사’ 운운하며 국가대표에 선발하려는 것은 당장의 성적만 내다본 무책임한 행동이다.
또한 오승환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여전하다. 오승환의 도박혐의가 밝혀진 것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당시 오승환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김인식 위원장은 벌써 잊은 모양이다. 김인식 위원장은 2009년 WBC 대표팀을 선발할 때도 병역기피를 위해 한국국적을 버린 백차승을 차출하자고 주장해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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