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순리에 맞지 않는 이름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다시 기본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간이 또 왔다. 왜 KBO는, 야구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중요한 원칙을 외면하는 걸까.
내년 3월 열리는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앞두고 1차 엔트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KBO의 징계 유예 선수인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대표팀 발탁 논의가 슬금슬금 흘러나오고 있다. 리그에 복귀하면 징계를 시작한다고 채찍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KBO가 리그를 대표하는 국제대회에 그를 앞세우는 상상을 시작하고 말았다. 이런 그림을 욕심내고 있다는 것만으로 KBO가 내렸던 징계의 진정성과 목표를 되묻게 한다.
↑ KBO가 징계 유예중인 투수 오승환을 WBC 대표 후보로 고려중이어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승환은 불법 해외도박 사실이 밝혀지면서 임창용(KIA)과 함께 지난 1월 단순도박죄로는 법정최고형인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KBO는 그보다 앞서 검찰의 기소 시점에서 한시즌의 50%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오승환이 불법도박 당시 일본프로야구 한신 소속이었던 데다 국내 유턴 의사를 밝힌 적도 없어 다소 무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KBO는 법원에서의 형 확정 이전에 중징계를 발표했다. 그만큼 당시에는 ‘깨끗한 리그를 꿈꾼다’는 꼿꼿한 이상과 ‘리그의 품위 유지’를 지켜내겠다는 단호함을 결연히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불과 반년 만에 KBO의 당시 ‘징계 의지’는 그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별히 막을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국내 리그에서는 뛸 수 없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는 ‘뛸 수도 있다’는 유권해석은 규정 이전에 상식적인지 되묻게 한다. 지나고 보니 당시의 잘못이 ‘별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것인지, 혹은 이번에도 야구인들의 ‘감싸기’가 되풀이되는 것인지 이래저래 의문스럽다. 선수들의 일탈, 리그의 문제가 크고 아픈 교훈 끝에도 번번이 재현되는 것은 진정한 반성이 결여된 ‘보여주기식’ 징계의 의미 없는 도돌이표 행정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지난해 가을 한국 야구판을 발칵 뒤집었던 프로야구 스타들의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은 야구팬들과 KBO에 큰 충격과 상처를 줬다. 팬들의 당혹감과 실망감이 컸고, ‘명가’ 삼성의 리그 첫 5년 연속 통합우승 시나리오를 망쳤다. 그 시간들의 대가를 선수 각자가, 그리고 리그가 어떻게 치러내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반성에 담긴 진심, 리그가 향하는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삼성 유니폼을 벗었던 임창용은 고향팀 KIA로 돌아와 출전정지 징계를 치르고 연봉을 전액 기부하는 ‘속죄’의 시즌으로 명예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뛰지 못했던 윤성환과 안지만(이상 삼성)이 감당했고 감당하고 있는 몫은 크다. 그들과 삼성이 무겁게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벌금형을 받고 팬들에게 사과했던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서 스스로의 역량으로 재기의 마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야구판이 입었던 1년 전의 상처는 이렇게 아물어갔으면 좋겠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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