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시대다.
야구판도 다르지 않아 요즘 선수들은 예전 선배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자세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사용하면 사용해 볼수록 깨닫게 된다. 정보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고, 만드는 작업만큼 잘 쓰는 작업이 어렵다는 것을.
팀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시즌 중 국내 프로 구단들의 전력분석팀은 상대팀의 직전 두 시리즈(3차전*2=6경기) 경기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즉 투수들이 받아 쥐는 전력분석 중 가장 방대한 양은 오늘 상대할 타자들의 최근 6경기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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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 투수의 데이터를 들여다볼수록 비교적 용이하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직접적인 효과를 얻기가 어려운 편이다. 어떤 데이터를 선택해 분석하고, 어떤 데이터를 요약해 참고할지 요령이 필요하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래서 우리는 정보를 가려 쓰는 요령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투수들은 어떤 데이터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기억하는 것이 좋을지. 반면 어떤 데이터는 포괄적으로 요약해서 참고하는 것이 좋을지.
일단 특정 투수-타자간의 상대적인 기록은 신뢰성이 높다. 특정 투수의 공을 유난히 잘 때리는 ‘천적타자’들은 생각보다 오래 상대적 우위를 가져가는 경우가 흔하다. 투수의 투구 타이밍과 타자의 스윙 타이밍은 어느 정도 고유한 리듬감이 있는데 이게 공교롭게 맞아 떨어질 때 이런 천적관계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자들이 다른 투수들을 상대한 최근 경기 데이터보다는 더 오래전의 기록일지라도 자신과의 예전 승부 데이터를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현재 나의 컨디션과 스스로의 공에 대한 분석이다. 상대팀 타선의 최근 경기 데이터보다 자신의 최근 경기 분석을 훨씬 집중력 있게 들여다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특정 타자에게만 통하는 공이나, 특정 타자에게만 얻어맞는 공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좋은 공은 대부분의 타자가 못치고, 부족한 공은 프로 무대의 그 어느 타자에게도 통하기 쉽지 않다.
투수에겐 마운드에 오르면 빠르게 스스로의 공과 컨디션을 파악하고, 그날의 승부구와 전략을 짜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남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연구하고 들여다봐야 한다. 직관 그 이상의 꼼꼼한 분석력과 기억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비슷한 수준의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선 서로를 잘 모를수록 투수가 유리하고, 잘 알수록 타자가 유리해진다는 말이 있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용이성에서 투수와 타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정보
‘아는 것은 힘’이다. 그러나 ‘잘 알아야’ 힘이 된다. 우리 투수들이 더욱 영리하게 정보를 선택하고 이용하면서 씩씩하게 ‘타고투저’의 시대를 극복해나가길 응원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