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정근우-이용규-?-김태균.’ 국가대표 출신으로 구성된 라인업이다. 1,2번타자를 앞에 두고 4번타자 앞에 서는 3번타자의 기분은 어떨까. 한화의 3번타자 송광민이 들려준 이야기는 ‘책임감’이다.
송광민은 71경기를 뛰었다. 그 중 3번 타순(171타수)에 가장 많이 배치됐다. 활약도 빼어나다. 3번 타자로 타율 0.333 57안타 8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30일 잠실 두산전에는 4타수 4안타(2루타 2개)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의 난타전 끝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정근우 혹은 이용규가 출루할 경우 범타는 없었다. 연결 흐름이 매끄러웠다. 자연스레 한화의 공격도 술술 풀렸다.
↑ 3번타자 송광민은 한화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또 하나의 축이다. 사진=MK스포츠 DB |
타율은 0.343으로 타격 7위다. 프로 첫 해 타율(2006년 0.350)에 버금간다. 1년차에는 18경기 출전에 그쳤던 걸 고려하면, 33세의 나이에 타격 눈을 뜬 셈이다. 2014년(0.316) 이후 2번째 규정 타석 타율 3할을 노린다.
다른 기록도 우수하다. 이미 14홈런 58타점 52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커리어 하이 타이(2009년 14홈런-2014년 58타점 52득점). 1개씩만 추가하면 개인 시즌 최다 신기록이다. 그만큼 페이스가 좋다.
한화가 6월 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송광민의 집중력도 더욱 좋아졌다. 특히, 지난 7월 30일 경기처럼 정근우, 이용규가 주자로 있을 때 더욱 집중하게 된다고.
송광민은 “우린 포지션 별로 다른 팀과 비교해 절대 밀리지 않는다. (개개인 능력이 뛰어나니까)경기를 잘 풀어가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많이 배우는 중이다”라면서 “테이블세터가 워낙 잘 한다. 그래서 나도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라고 밝혔다.
출루한 정근우, 이용규를 진루시켜야 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잘 쳐야만 한다. 앞에서 투수들의 공을 커트해가며 (어렵게)출루한다. 그렇기에 타석에 서면 (평소보다)더욱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정근우, 이용규의 끈질긴 승부는 송광민의 타격에도 도움이 된다. 송광민은 “그 과정을 뒤에서 지켜보며 타격 타이밍을 맞추려 한다. 투구수가 늘수록 투수는 이것저것 다 던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찜통더위다. 매일 폭염에 찌든다. 송광민은 “헬멧이 아니라 밥통을 쓴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화가 더워지며 성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그 기분과 더위는 별개라고. “수영장 생각이 절로 난다. 아예 난 지금 얼음물 안에 있다는 상상까지 한다.”
그 엉뚱한 상상이 도움이 되는 걸까. 송광민은 6월 타율 0.298 6홈런 18타점을 올리더니 7월 타율 0.355 3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더워도 잘 친다. 그렇다고 그가 여름에 무척 강했던 것도 아니다. 가장 빛났던 2014년, 6월과 7월 타율이 각각 0.257과 0.167로 썩 좋지 않았다.
무념무상이 맹타의 비결이란다. 예전에는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는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한다. 말은 그래도 꽤 머리를 굴린다. 눈도 바쁘다. “투수가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구종이 뭔지 빨리 체크한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추려 노력한다. 이것저것 잘 치는 게 아니다.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배트에 잘 맞으면 좋은 건데, 결과를 너무 의식하지 않는다.”
한화는 지난 7월 31일 두산에 4-10으로 패하며 5연승이 좌절됐다. 4위 KIA와 승차는 2.5경기가 됐다. 때문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 패배. 그러나 앞으로 51경기가 남아있다. 그리고 오는 2일부터 광주에서 6연승의 KIA와 3연전을 갖는다. KIA가 지난주 인천에서 해냈듯, 한화도 광주에서 3승을 쓸어 담을 경우 위치가 뒤바뀌게 된다.
7위 한화는 현재 올라가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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