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31일 잠실 한화-두산전 5회초, 김성근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가 그라운드로 향했다. 전날처럼 흔들리는 투수를 진정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그가 걸어간 쪽은 투수가 아닌 주심이었다. 보우덴의 공이 끈적끈적 하다고 어필했다.
투수는 맨손 이외 로진을 바를 수 없다. 또한, 공에 침을 묻히거나 이물질을 붙여서 안 된다. 공을 상처를 내거나 글러브, 유니폼에 문질러도 부정투구다. 김 감독의 항의 이전까지 보우덴은 4⅔이닝 동안 14타자를 상대해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보우덴은 투구 이전 유니폼 상의를 하의 안으로 넣었는데, 그 과정에 이물질을 묻힌 게 아니냐는 게 김 감독의 항의였다. 주심을 통해 건네받은 보우덴의 공을 직접 만져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심은 이물질이 아닌 무더운 날씨의 영향으로 그런 것이라고 했다.
↑ 김성근 한화 감독(뒤)이 31일 잠실 두산전 5회초 로사리오 타석에 그라운드로 나가 보우덴의 공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그러나 승부의 흐름을 뒤바꿀 만큼 영향력은 아니었다. 보우덴은 7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한화는 선발투수 싸움에서 밀렸다. 한화 선발투수 서캠프는 2이닝 만에 강판했다. KBO리그 진출 이후 최소 이닝 및 최다 실점이었다.
한화는 후반 승부를 꾀했을지 모른다. 한화는 지난 29일과 30일 7~9회 9득점을 했다. 3연전의 첫 판에선 3-8로 뒤진 경기를 연장까지 끌로 가 역전드라마를 연출했다. 6회초 3득점으로 간극은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5점차.
그렇지만 한화의 뒷심은 앞의 2경기와 달랐다. 7회초와 8회초 주자가 출루했으나,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타구는 좀처럼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두산 마운드는 지난 이틀과 달랐다. 무너지지 않았다. 3일 연속 등판한 윤명준은 1⅓이닝 무실점.
그리고 김 감독의 항의는 잠잠하던 두산 타선도 흔들었다. 이틀 전 트라우마 때문일까. 위기의식을 느낀 두산은 7회말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박건우와 대타 김인태의 연속 2루타에 김재환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10득점째.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는 결정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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