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윤진만 기자] 전북현대 구단은 최근 홈 경기에서 특정 선수를 주인공으로 세우는 이벤트를 잇달아 했다.
포항스틸러스전은 김보경 데이, 24일 울산현대전은 김신욱 데이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자신의 이름이 걸린 경기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팀 승리를 이끄는 골을 뽑았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매 홈경기를 김보경 데이로 했으면 좋겠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그런 날엔 책임감을 갖고 한발 더 움직이는 건 저로서는 좋은 일이다. 좋은 징크스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두 선수 못지않게 전북의 연승 및 무패 행진을 이끈 ‘감초’들에겐 최강희 감독이 직접 ‘데이’를 달아주었다. 이름하여 ‘양로원 데이’다. 까다로운 제주~서울~울산전에서 연승하는데 큰 공헌을 한 베테랑 수비진 -조성환(34) 김형일(32) 최재수(33) 박원재(32) 최철순(30) -들에 대한 헌사다.
↑ 전북을 지탱하는 베테랑의 힘. 사진은 서울전에서 수비하는 김형일(왼쪽에서 두번째)과 최철순. 사진=전북현대 |
최 감독은 큰 경기로 분류하는 서울 원정경기를 앞두고 수비진에 '오늘 양로원 데이니까 너희들이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유의 농담을 섞어 베테랑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평소에도 '양로원', '노인정'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베테랑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센터백 조성환은 24일 울산전을 2-1 승리로 마치고 "오늘 경기 전 감독님께서 수비진만 따로 호출했다. 양로원 데이라고 한 건 미안하다며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며 웃었다. 선수단 내에서 베테랑 축에 속하는 선수들은 스스로 ‘어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양로원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들거나 그러지는 않은 눈치다. 조성환은 "경기 도중 박원재보다 한 살 많은 최재수가 들어와 평균 연령이 더 높아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구력이 쌓인 베테랑의 장점은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조성환 김형일은 까마득한 후배인 최규백 임종은의 존재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훈련장에서 숙소에서 벤치에서 파이팅을 불어넣었고, 각각 올림픽 대표팀 차출과 퇴장 징계로 결장 중인 위 선수들의 공백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울산전을 앞두고 수비진끼리 따로 모여 '같이 희생하여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내용의 미팅을 했다.
조성환은 "나이있는 선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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