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넥센의 7월 성적표는 11승 4패로 우수하다. 그런데 묘한 속사정이 있다. 11승 중 선발승은 3승에 그쳤다. 8승은 구원투수들이 챙겼다. 마정길과 김상수가 3승씩을, 이보근이 2승을 올렸다.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못한 건 아니었다. 15경기 중 5회도 못 버틴 건 3번뿐이었다. 선발투수가 선발투수 요건을 갖춘 가운데 선발승을 못한 건 4번이었다.
단순히 불펜 방화 탓만은 아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그만큼 경기가 끝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다.
초반 대량 득점과 함께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경우가 많지 않았다. 접전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여유를 만끽하기 어려웠다.
또한, 선발투수도 6이닝 이상 소화한 게 손을 꼽을 정도. 3번으로 20%에 그쳤다. 특히 퀄리티 스타트는 천연기념물만큼 귀했다. 지난 20일 고척 LG전의 박주현(6이닝 1실점)이 유일했다.
↑ 넥센의 스캇 맥그레거는 23일 문학 SK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3승째(2패)를 거뒀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그 점에서 맥그레거는 제 역할을 했다. 코엘로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맥그레거는 평균자책점(6.58)이 높지만, 넥센이 원했던 ‘이닝 이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7월 들어 7이닝 경기만 2번이었다. 선발승도 2번이나 거뒀다. 7월 넥센의 선발야구의 중심축이었다.
그리고 맥그레거는 7월 4번째 등판 경기(23일 문학 SK전)에서 가장 안정된 피칭을 펼쳤다. 최고 구속 154km. 볼넷은 1개도 없을 정도로 제구도 안정됐다(113구 중 스트라이크 79개).
6이닝 동안 피안타 10개를 허용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3회말 1사 1,2루-5회말 무사 1,2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6회말 2사 이후 박정권에게 2점 홈런을 맞은 게 유일한 흠이었다. KBO리그 데뷔 무대였던 6월 26일 잠실 LG전(6이닝 2실점)에 이은 2번째 퀄리티 스타트. 넥센은 선발 싸움부터 완승. SK는 김태훈(2이닝 4실점)이 3회 강판했다.
맥그레거의 역투 속 넥센도 모처럼 화끈한 공격을 펼쳤다. 볼넷을 남발하며 위기를 자초한 SK 마운드에 번번이 적시타를 치며 달아났다.
2-0으로 앞선 3회초 타자 일순하며 4득점, 승기를 잡았다.
맥그레거의 시즌 3승째(2패). 그리고 7월 넥센의 4번째 선발승이자 4번째 선발투수 6이닝 이상 투구였다. 넥센의 선발야구에 맥그레거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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