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도입, 사건·사고 예방책 될 수 있나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가 큰 충격에 빠졌다. 4년 만에 또 다시 승부조작사건이 터졌다. 4년 만에 한국야구위원회(KBO)·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구단들은 바보가 됐다. 4년 전 자정 노력과 재발 방지를 외친 결과가 그 때와 같은 악령의 부활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말뿐인 사과와 재발방지가 아닌 구체적인 해결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에이전트 제도 도입이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21일 창원지검 브리핑으로 알려진 이태양과 문우람의 승부조작혐의는 큰 충격을 안겼다. 검찰 수사 결과 과거와 달리 수법도 복잡해지고, 선수가 먼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브로커가 선수에게 먼저 접근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브로커가 에이전트를 준비 중이라며 선수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이다.

↑ 메이저리그의 유명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한국에서도 보라스와 같은 에이전트가 나올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프로야구에 에이전트는 없다. 물론 규약에는 존재한다. 야구규약 제42조는 대리인을 규정하고 있다. 1항은 대리인의 자격에 관해 변호사법의 변호사로, 2항은 대리인이 2명 이상 선수를 동시에 대리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1항과 2항의 내용은 일본의 에이전트 제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3항에 부칙으로 시행일은 따로 유예했다. 부칙 4조에는 대리인 제도의 시행일에 대해 구단과 KBO, 선수협의 전체 합의에 따라 정하도록 돼 있다. 즉, 에이전트는 규정은 있지만,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브로커가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선수들에게 접근한 것은 많은 에이전트들이 암묵적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몇몇 에이전트들은 국내 FA계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단입장에서도 선수와 직접 대면해 얼굴 붉힐 일이 없기 때문에 대리인과의 협상이 수월한 측면도 있다. 또 에이전트들이 선수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에이전트의 존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프로스포츠 중 국내 선수들에 대한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한 종목은 축구뿐이다. 물론 제도는 현실에 맞춰 변화를 줘야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프로야구에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스포츠 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 에이전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1년 넘게 제반 상항을 준비 해왔다. 물론 구단입장에서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에이전트 수수료까지 전반적인 선수 몸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구단과 KBO 선수협은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는 동의하는 분위기긴 하다. 언제 도입하느냐가 쟁점으로 남아있지만, 1~2년 내에는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 선수들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약과 관련한 사항은 에이전트가 맡으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수 관리도 수월해진다는 측면이 있다. 프로야구는 양적으로 거대해졌다. 구단과 KBO에서 선수를 관리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전트가 선수를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양지로 나온 에이전트 제도가 적어도 승부조작의 망령을 예방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에이전트 자격은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 좀 더 리그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에이전트가 돼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꼼꼼하게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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