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우려했던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로 프로야구 선수가 검찰에 체포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는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된 것에 대해 팬들과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2012년 2월29일 박현준·김성현 승부조작 관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과문)
“과거 선수들의 음주운전 문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시즌 시작되기도 전에 또 다시 프로야구선수의 음주운전이 일어났다는 것은 여전히 선수들이 범죄로서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프로야구선수로서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야구선수를 대표하는 선수협은 이러한 선수들의 인식과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우리 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기만 하지 않고 선수들의 음주운전 등 품위손상행위에 대해서 필요한 제재와 교육 등 조치를 취하겠다.”(2016년 3월16일 오정복 음주운전 관련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공식입장)
↑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에 위에 놓인 공인구. 사진=MK스포츠 DB |
과거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회적 물의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이 내놓은 공식발표문이다. 다시 봐도 사과문 형식의 공식입장은 비슷비슷하다.
프로야구에 승부조작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4년 만에 다시 터진 승부조작사건이다. 20일 프로야구 뉴스는 이례적으로 사회면을 장식했다. NC다이노스 사이드암 이태양(23)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될 것과 삼성 라이온즈 우완 안지만(33)이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앞서 안지만은 팀 선배 윤성환(35)과 더불어 해외원정도박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경기와 관련된 소식만큼 선수들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가 자주 주요뉴스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오정복(kt)의 음주운전부터 지난 12일 같은 팀 김상현의 공연음란행위 입건까지 터지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미 지난해 말 임창용(현 KIA, 당시 삼성)·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해외원정도박 사건과 kt포수 장성우의 SNS 명예훼손 건으로 시끄러웠다.
그 때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약속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선수들의 사고는 꼬리를 물고 있다.
KBO와 구단의 징계, 교육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선수들이 변해야 한다. 선수들 스스로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프로야구 선수들은 ‘문제적 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이 시점에서 프로야구선수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선수협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물론 사회적 공헌활동에도 앞서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선수들의 일탈사고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줄이고 '감싸기'로 의심되는 수동적인 태도가 많았다는 비판도 있다. '사후약방문' 급의 사과문 발표 이외에 뚜렷한 행동이나 대책없이 재발 방지에 힘을 쏟겠다는 모호한 약속만 이어졌다. 4년 전 승부조작 사건 때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겠다”는 강한 어조로 자책했지만 다시 똑같은 사건이 터졌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에 대한 인성교육 강화프로그램은 KBO나 구단보다 오히려 선수협 주도로 이루어질 때 실효성이 클 수도 있다. 비시즌 동원도 가능하고 선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데도 선수협이 유리한 부분이 있다.
선수는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존재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리그가 생존하고 리그가 살아야 선수들이 수십억대 FA대박도 터트릴 수 있다.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이 야구에 대해 염증으로 이어질 지 모를 리그의 위기감을 선수들이 맨 앞줄에서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21일 오전 ‘MK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매우 난감하고 당혹스럽다. 오후에 예정된 검찰 발표를 보고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사과문만이 아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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