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윤진만 기자] FC서울 황선홍 감독은 2015시즌을 끝으로 포항스틸러스를 떠나기 전 전북현대를 상대로 3연승을 내달렸다. 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도 전북을 탈락시킨 적도 있다. 황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전북에 강한 비결이 있다고 했다. 서울 사령탑에 앉아 맞이한 첫 전북전에 대한 기대감은 그래서 컸다.
20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뚜껑이 열렸다. 결론적으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4분 김보경에게 선 골을 내준 뒤, 4분 만에 데얀이 동점골을 넣을 때까진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후반 14분 로페즈에게 또 한 골을 내주고 39분 한 골을 더 허용했다. 추가시간 오스마르가 추격골을 넣었지만, 끝내 2-3으로 패했다.
승점 34점에 머무르며 우려한대로 선두 전북(승점 45)과 승점차가 두 자릿수로 늘었다. 물론 전북의 개막 후 무패 기록도 막지 못했다. 서울전 승리로 전북의 무패 경기는 21경기로 늘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패배로 (다른 팀들에)행복을 드리는 시점은 또 늦춰졌다.
↑ 21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한 전북현대.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전북은 이호를 사실상 수비수처럼 뛰게 하는 3-4-3 전술로 서울전에 임했다. 서울의 3-4-3 전술을 역이용하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심산이었다. 서울은 예상대로 데얀과 박주영을 각각 최전방과 좌측면에 배치했다.
전북은 4분 만에 선골을 넣으며 경기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로페즈의 우측 크로스를 다카하기가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으며 김보경 앞에 배달했다. 박스 안에서 우측으로 약간 치우친 지점에서 공을 잡은 김보경은 지체하지 않고 골문 왼쪽 상단을 향해 오른발을 휘둘렀고, 공은 주세종의 발끝을 스친 뒤 골문 구석에 꽂혔다.
앞서 서울 골키퍼 유상훈은 김보경의 슛을 바라만 봤다. 이 장면을 멀리서 바라본 권순태는 4분 뒤 똑같은 처지에 놓였다. 데얀이 박스 외곽 좌측 대각선 지점에서 골문 우측 하단을 노리고 감아 찬 공이 그대로 골망에 꽂힌 것이다.
↑ 빛바랜 데얀 동점골.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양팀은 초반 강펀치를 주고 받은 뒤에야 탐색전을 했다. 서울은 수비 진영의 오스마르, 중원의 주세종의 패스웍을 살려 축구장을 넒게 활용했다. 전북은 공격수와 미드필더간 신속 정확한 연계 플레이로 기회를 엿봤다.
12분 서울 미드필더 다카하기가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왼쪽 옆그물을 흔들자, 3분 뒤 전북 미드필더 이호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노렸다. 27분 전북 최철순이 마음먹고 때린 공은 왼쪽 골대를 강타했고, 1분 뒤 이재성의 왼발 중거리 슛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전북의 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내던 서울은 전반 막바지 잇달아 역전골 기회를 잡았다. 42분 데얀의 감각적인 헤딩 패스를 받은 김치우가 단독 찬스를 맞아 골문을 향해 강하게 깔아찼다. 하지만 슛이 너무 중앙으로 치우친 탓에 권순태에 몸에 맞고 튕겨져나왔다. 데얀의 헤더, 박주영의 슛도 골키퍼에 걸렸다.
서울은 전반 막바지 찬스를 살리지 못한 댓가를 치렀다. 박주영의 프리킥이 권순태의 손끝에 걸린지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13분 적군과 아군이 번갈아 공을 주고받는 혼전 상황에서 최철순으로부터 패스를 건네받아 좌측 하단을 찌르는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 멀티골을 넣은 이날 수훈선수 로페즈.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로페즈의 골이 터진 뒤 경기 양상은 더욱 뜨거워졌다.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한 전북 박충균 코치가 퇴장하기도 했다. 서울은 후반 17분부터 35분까지 18분 동안 윤일록, 이상협, 심우연 카드를 꺼
하지만 공격 일변도로 임하던 후반 39분 역습 상황에서 로페즈에게 추가 실점하며 추격 의지가 꺾였다. 추가시간 오스마르가 쐐기골을 넣었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전북이 3-2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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