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외모부터가 딱 우리 팀이죠.”
김태형 감독(49)을 말할 때 두산 프런트들이 흔하게 섞는 농담 같은 진담. 더 대단한 것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늘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두산 같은 생김’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이미지화된 팀컬러를 갖고 있음은 두산의 자랑이라 할 만하다. 팀명의 도움도 있겠지만, 그만큼 두산은 독특한 저력과 뚝심을 발휘할 때 야구를 잘했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령탑 데뷔 첫해였던 지난해, 전년도 6위 팀을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역전 우승팀으로 만들어냈던 두산 김태형 감독이 계약 2년째를 채 마치기 전인 18일 구단의 재신임을 얻어냈다. 두산은 2019시즌까지 ‘김태형 리더십’을 믿는다.
↑ 두산이 18일 계약 마지막해인 김태형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했다. 시즌후 오는 2019년까지 3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감독은 더그아웃과 라커룸에 대한 지배력으로는 강한 카리스마의 ‘맹장’으로 꼽혀야 하지만, 경기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섬세한 사령탑은 아니다. 스스로 “감독이 할 일이 없는 경기일수록 좋은 경기”라고 믿는다. 경기에 대한 선수의 영역과 역량을 강조하는 김 감독은 그만큼 프로선수의 경기에 대한 강한 책임감에 소신이 있다.
선수는 출전을 위해 피땀을 흘리는 노력을 한다. 그라운드에 나서기 전까지 참아내야 하는 그 인내와 극기의 훈련과정은 “보살피고 위로해야 한다”는 김감독이지만, “프로 선수라면 그라운드에서 벌어진 결과에는 위로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결과에 대한 엄격함에서는 꽤 깐깐한 지도자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늘 결과로 말하겠다는 의지가 굳다.
‘두산다운 야구’라는 은근히 모호할 수도 있는 구단의 기대감을 기꺼이 스스로의 공약으로 내걸었을 만큼 김감독 자신도 ‘두산 정서’가 실재함을 꽉 믿고 있던 ‘두산맨’이다. 자신의 믿음대로 빠른 시간 안에 팀 분위기를 잡았고 결과물도 만들어냈다. 김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창단 첫 전반기 1위를 달린 올해까지 성적과 내용, 양쪽에서 최고점을 써내고 있다.
사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빠르게 계약서를 다시 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재계약 가능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던 상황에서 구단은 재신임 발표 시점을 후반기 시작 전날로 잡아 김태형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더 이상의 성적 검증은 없
시즌 후 최종 협상을 마치고 발표될 김감독 ‘2기’의 계약조건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첫 임기에서 기록적인 성적을 낸 만큼 구단 역시 최선의 대우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김감독도 성적에 걸맞은 자존심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chicle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