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강한 자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정상에 오른 자가 강한 것.
유로 2016가 남긴 교훈 중 하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24개국 체제로 대회를 치르면서 ‘지루한 유로’로 변질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탓에 알바니아, 북아일랜드, 헝가리 등 16개국 체제에선 쉬이 보기 어렵던 팀들이 본선에 참가했고, 이로 인해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잠룡’들은 ‘드래곤’을 잡고자 ‘공격 앞으로’ 보단 ‘수비 뒤로’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 대표팀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 트로피를 들어 올린 포르투갈. 사진(프랑스 파리)=AFPBBNews=News1 |
각조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일부 강호들도 조 3위 상위 4팀까지 16강에 진출하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이기는 경기보단 지지 않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대회가 늘어지는 경향이 짙었다.
경기당 평균 득점 2.12골은 유로 1996(2.06골) 이후 최저 기록이다. 8개국 이상이 참가한 유로 1980 이후 10개 대회 중 3번째로 낮다.
이런 이유로 선수, 전술과 같은 순수한 축구적인 요소는 뒷전으로 밀리고 아이슬란드의 동화, 웨일스의 도전 따위가 큰 시선을 끌었다. 공격수 못지않게 무실점 선방한 골키퍼, 중앙수비수가 조명을 받았다.
프랑스 전설 티에리 앙리는 “아이슬란드와 알바니아를 (유로에서)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3무를 한 팀이 토너먼트에 올랐다. 24개국 체제는 조별리그를 죽이고 있다”고 했다.
‘BBC' 베테랑 해설 존 모트슨도 “‘1승만 해도 16강에 간다’는 분위기가 조성했다. 일단 조별리그 경기수가 너무 많다. 돌이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지만, 16개국 체제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 시스템의 수혜자는 앞서 앙리가 언급한 3무팀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은 헝가리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와 속한 C조에서 3전 전무를 기록, 조 3위 상위 4개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간신히 붙잡고 토너먼트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 웨일스에 2-0 승리하기 전후 16강(크로아티아) 8강(폴란드) 결승(프랑스) 3경기에서도 정규시간 내에 승리하지 못했다. 유로 정상에 오르기까지 전적은 ‘1승 6무. 단 한 번 이기고 정상을 밟은 셈이다.
↑ 예상을 깨고 준우승에 머문 프랑스. 사진(프랑스 파리)=AFPBBNews=News1 |
같은기간 프랑스는 5승 2무(90분 기준)를 거뒀다. 대회 최다인 13골도 꽂으며 24개국을 통틀어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다. 하지만 최종 성적은 준우승이었다.
비단 포르투갈뿐 아니라 이탈리아, 웨일스, 아이슬란드 등 안정 지향적인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펼친 팀들은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반면, 적극적인 공세를 퍼부은 스페인, 벨기에, 크로아티아
2015-16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한 레스터시티의 사례에서 보듯, 현대축구에선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팀이 늘 우승하는 건 아니다. 트렌드는 수비와 안정이다. 이번 유로 2016를 통해 재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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