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지난 4일 K리그 복귀 후 처음 만난 자일(27·Jair Eduardo Britto da Silva/전남드래곤즈)은 K리그에 첫발을 디딘 2011~12년 제주 시절보다 한 뼘 더 성숙해진 듯했다.
코치진과 갈등으로 시즌 중 무단이탈해 반년 가까이 돌아오지 않았던 철부지 청년은 온데간데없었다. 일본, 아랍에미리트, 브라질을 거쳐 4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자일은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그야말로 프로페셔널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일본과 중동에서 좋은 것들을 얻은 나는 축구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준 K리그에 보답하기 위해 왔다. 전남 유니폼 색처럼 지금 기분은 ‘해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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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바보가 되어 돌아온 자일. 사진(광양)=윤진만 |
자일은 인터뷰에서 “추억은 추억이다. 프로 정신에 입각해 복귀전이 될 제주전에 임할 것”이고, “전남의 부족한 점인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는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공약을 몸소 지켰다.
9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옛 소속팀 제주유나이티드와의 일전에서 옛 동료 송진형의 골로 0-1 끌려가던 후반 36분, 허용준의 헤딩 패스를 골문 앞에서 감각적으로 밀어 넣으며 2-1 역전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강렬한 데뷔 무대와 등번호 10번에서 느껴지듯, 남은 시즌 전남의 구세주가 될 거란 기대감은 이 한 경기로 인해 더욱 높아졌다.
자일은 이러한 기대감을 부담감 아닌 책임감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해진 듯했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무엇에 이끌려 K리그로 돌아온 건가.
2년 가까이 머물렀을 때 기억이 좋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K리그에 대한 기억은?
제주 시절은 내 축구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다음 소속팀(제프유나이티드)과 계약할 때 금액적인 면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았을 뿐 아니라 제 가족을 위해서도 좋은 기회를 준 리그다. 고맙다. 보답하기 위해 다시 왔다.
한국을 떠난 뒤 일본과 중동을 거쳤는데.
한 리그에 계속 있으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나에게나 가족에게나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과 두바이로 향했다. 두바이는 경호, 안전 면에서 최고였다. 일본은 기술이 뛰어난 리그였지만, 전체적으로는 한국이 조금 더 수준 높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지금의 나는 일본과 두바이에서 좋은 것들을 습득한 상태다.
떠오르는 옛 동료가 있다면
굿 미드필더 (송)진형 굿 프렌드 (권)순형. 2012년 FC서울을 챔피언으로 이끌고 지금은 중동에 뛰는 선수(고명진). 아, 그리고 (홍)정호와 삼성에 있는 산토스도 기억에 남아 있다.
전남에 대한 기억도 있을 텐데.
6-0. (웃음) 제주에서 열린 첫 전남전에서 0-1로 패했다. 내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큰 동기부여를 안고 다음 전남전을 치렀는데 우리가 6-0으로 승리했다.(*주: 자일 1골 1도움 기록) 전남 유니폼을 입고 제주를 상대해야 한다면 똑같은 프로 정신을 갖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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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옛팀 제주와의 일전에서 동점골을 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공교롭게도 전남의 다음 상대가 제주다. (*인터뷰는 7월4일 이뤄졌다.)
중동 리그를 마치고 한 달 넘게 쉬었기 때문에 몸 상태가 200%가 될 수는 없다. 컨디션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다. 60~70% 정도 될까? 하지만 감독이 호출하면 뛸 수 있다.
7월3일 전남-성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티아고의 활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티아고는 올 시즌 리그 내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티아고는 티아고고, 나는 나다. 그저 전남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뛸 생각뿐이다.
전남 상황이 좋지 않다. 어떤 각오로 남은 시즌 임할 것인지.
성남전을 보니 공수 밸런스가 좋고, 빌드업 능력도 괜찮았다. 하지만 (부진에서 벗어나려면)더 공격적으로 임해야 하고, 언제 이동할지 빠른 결정이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골을)마무리할 사람이 필요해 보였다.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왔다.
전남의 상징색 노랑과 연고지 광양에 대한 생각은
노랑과 주황(제주
신이 일깨워준 건 내가 가는 곳이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배웠다. 집 정리가 끝나면 아내와 한 살 반 된 딸아이도 온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 나는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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