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9일 프로야구 종합) 아무도 믿지 못할 하루였다. 끝까지 누구도 장담 못했고,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던 승부들. 폭염 경보를 무색케 하는 그라운드의 화재 경보가 곳곳에서 울렸다.
믿었던 마무리들의 게릴라 구원 실패 속에 잠실에서는 두산 장원준의 KBO 3번째 7년 연속 10승이 날아갔고, 대전에서는 한화 이태양의 7연패 끝 2년만의 선발승이 물거품이 됐다.
KBO 역대 세 번째 하루 3경기 연장전이 펼쳐진 무더운 토요일, 다섯 시간을 넘긴 두 곳 중 대전경기는 연장 12회 무승부로 막을 내렸지만, 사직에선 LG가 롯데 황재균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면서 6연패, 8~9위 삼성-한화에 반게임차 거리까지 내려앉았다.
↑ 두산 박건우가 9일 잠실 KIA전에서 6회 역전 득점에 성공한 뒤 김재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건우는 2안타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新홈런군단’ SK는 문학구장 kt전에서 1-8로 뒤지고 있던 8회 최정의 솔로포로 KBO 최초인 팀 21경기 연속 홈런의 새 역사를 썼다. 기록 돌파 이후 박정권의 2점홈런, 김재현-정의윤의 연속안타가 이어지며 8회에만 6-8까지 쫓았으나 끝내 간격을 더 줄이진 못하고 대기록의 축제일에 패전을 안았다. 이날 유일하게 선제 리드가 역전 없이 끝까지 지켜진 경기였다. 전날 단독 꼴찌로 떨어졌던 kt는 3연패에서 벗어났고, SK의 새 외인투수 라라는 결국 KBO 선발 데뷔전을 패전으로 출발했다.
두산의 6회 뒤집기를 KIA가 9회 김호령의 동점 2점홈런으로 응수했던 잠실의 연장승부는 연장 10회말 KIA 임창용에게 안타를 치고 나간 허경민(두산)이 KIA 유격수 박찬호의 실책 때 홈을 밟으면서 두산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KIA는 두산 선발 장원준을 허망하게 하고 마무리 이현승을 울렸지만, 결국 끝내기 실책으로 4연승을 놓치면서 마지막 아쉬움을 떠안았다.
정규이닝서 양팀 합쳐 7개의 홈런을 주고받으며 엎치락뒤치락의 ‘끝장승부’를 보여준 사직구장의 롯데와 LG는 결국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연장승부로 갔다. 2회부터 양팀 타선이 매회 득점장면을 릴레이했던 어지러운 타격전은 9회부터 갑자기 소강상태. 8회까지 각각 12득점했던 양팀 타선이지만, 마지막 1득점은 끝내 힘들었다. 연장 11회말 1사 만루를 만든 롯데는 4번 황재균이 끝내기 중전안타를 터뜨리면서 LG전 5연승의 보람을 챙겼다.
전날 시즌 첫 탈꼴찌에 성공한 한화와 꼴찌추락의 압박감이 최고조인 삼성이 절박하게 맞붙은 대전은 화끈하게 타올랐다. 삼성은 1-4였던 8회 한화 마무리 정우람에게 최형우(2점)-발디리스(1점)가 백투백홈런을 쏘아 올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대전의 마지막 득점 장면이었다. 5시간 반을 겨룬 연장 12회 승부는 무승부. 연장 12회초 한화의 다섯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정진은 KBO 18번째 투수 600경기 등판을 채웠다.
↑ SK 최정이 9일 문학 kt전에서 KBO 최초 팀 21경기 연속홈런 신기록을 완성하는 8회 솔로홈런을 때려낸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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