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1승8패. 올 시즌 KIA타이거즈의 넥센 히어로즈 상대 전적이다. 두 팀의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 4월15일 광주경기에서 KIA가 승리(11-6) 이후 내리 8연패 중이다. 2일 고척 넥센전에서 먼저 3점을 내면서 7연패에서 연패를 멈추나 싶었지만, 결국 5-8로 패하며 연패는 이어졌다. 넥센 상대로 8연패이고, 최근 3연패다. 6연승을 달리며 상승세였던 KIA는 천적을 만나 기세가 꺾여버렸다.
KIA가 유독 넥센에 약한 이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김기태(47) KIA 감독과 염경엽(48) 넥센 감독의 관계가 있다. 둘은 광주 충장중-광주일고 동기동창이다. 단순한 동기 사이를 넘어 절친이다. 하지만 감독 맞대결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우정은 잠시 뒷전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프로라면 어쩔 수 없는 게 승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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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넥센 염경엽 감독(왼쪽)과 KIA 김기태 감독(오른쪽). 둘은 중-고교 동기동창으로 절친 사이다. 하지만 프로 감독으로써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 중·고 동기동창을 넘은 절친 사이 그리고 ‘우정’
김기태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30년 지기다. 서로에 대해 “정말 친한 친구”라고 말하는 사이다. 야구계에서도 둘은 죽마고우로 유명하다. 2009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코치로 있던 김기태 감독이 현역시절 별 인연이 없었던 LG트윈스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당시 박종훈 신임 LG감독(현 고양 다이노스 본부장)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중간에 푼 사람이 당시 LG운영팀장이던 염경엽 감독이다. 염 감독이 2011년 수비코치를 마지막으로 LG를 떠났지만 김 감독은 11년만에 LG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둘은 서로 감독이 된 이후에도 각별하게 지내고 있다. 친구 사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도 있다. 넥센은 시즌 초 내야수 서동욱(32)을 KIA로 조건 없이 보냈다. 현금 트레이드도 아니고, 다른 선수를 원한 것도 아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염경엽 감독은 “서동욱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사실 젊은 선수들이 많고 내야 멤버가 많은 넥센에 서동욱의 자리는 없었다는 점에서 선수의 장래를 위한 대승적인 트레이드라는 평가다. 하지만 염 감독과 김기태 감독의 우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서동욱은 KIA로 옮긴 뒤 주전 2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 서로를 잘 알기에...냉혹한 ‘승부의 세계’
진한 우정도 승부의 세계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야만 한다. 서로를 잘 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선수시절만 놓고 봤을 때 김기태 감독과 염경엽 감독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1991년 1차 지명으로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한 김 감독은 그해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15시즌 동안 통산 249홈런을 터트리며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2차 1번으로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염 감독은 수비에 강점을 보인 내야수였다. 다만 10시즌 동안 통산 타율이 0.195로 타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결국 현대시절 박진만(현 SK코치)에 밀려 일찍 은퇴해 프런트로 변신했다.
하지만 감독으로 맞대결은 염 감독이 일방적으로 앞선다. 둘의 감독 맞대결이 시작된 때는 염 감독이 넥센 감독에 취임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넥센은 김 감독이 이끈 LG에 11승5패를 거둬 절대적인 우세를 보였다.
2014년에도 넥센은 LG에 9승7패로 앞섰다. 하지만 김 감독이 4월 중도 퇴진을 선언하며 팀을 떠났고, 공식적으로는 그해 5월12일 퇴진했기 때문에 그 시점까지 맞대결 성적을 보면 넥센이 4승1패로 앞섰다. 물론 5월10일부터 11일까지 목동에서 열린 두 팀의 3연전은 김 감독이 아닌 조계현 수석코치(현 KIA수석코치)가 벤치를 이끌었지만, 김 감독의 공식 승패로 남아있다. 즉, 김 감독의 LG시절까지만 봤을 때 염 감독이 15승6패로 앞선다.
지난해 김기태 감독이 KIA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맞대결은 재개됐지만 넥센이 12승4패로 압도적인 우세였다. 그리고 올
물론 염경엽 감독은 이런 얘기가 나오면 “상대적인 부분이니까”라며 말을 아낀다. 아무래도 친구와의 맞대결에 대해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다. 잠시 승부를 떠나 친구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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