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5일 대전 롯데은 카스티요(한화)의 KBO리그 데뷔 무대였다. 카스티요는 최고 159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판타스틱 피칭을 펼쳤다. 야수들도 홈런 3개 포함 안타 15개와 4사구 6개를 묶어 8점을 뽑으며 새 동료의 첫 승을 선물했다.
그런데 그날 홀로 웃지 못한 이가 있었으니 ‘9번타자’ 강경학이었다. 4타수 무안타 4삼진. 선발 출전 선수 중 홀로 출루하지 못했다. 하위타선에서 7번 차일목(1안타 2볼넷), 8번 양성우(3안타)가 활약했던 터라, 더욱 비교가 됐다.
시쳇말로 ‘멘붕’이었다. ‘상처 받은’ 강경학을 위로할 전우조는 양성우였다. 그러나 위로가 될 리 없었다. 그땐 제 정신이 아니었다는 강경학은 “야구를 하면서 1경기 4삼진을 기록한 건 처음이었다. 옆에서 무슨 말을 해줘도 들리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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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주석이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강경학(사진)은 권용관과 함께 유격수를 맡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타격 재능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진 않는다.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지난해 그의 타율은 0.257이었다. 올해는 1안타 치기도 쉽지가 않다. 멀티히트도 딱 1번(4월 10일 마산 NC전 2안타).
사이클은 누구나 있는 법.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강경학의 현재 생각은 타격을 잘 하는 것보다 수비를 잘 하는 게 우선이다. 둘 다 잘 하는 게 최상이나 떨어진 타격감은 차차 돌아올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당장 팀에 보탬이 되는 수비에 집중하고 있다.
강경학은 “주변에서 조언한다. ‘수비가 먼저다. 그러니 타격을 잘 못해도 수비에서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고. 그 말이 많은 위로가 됐다. 그래서 최근 더욱 수비를 할 때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4월에만 실책 4개를 범한 강경학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경기를 그르친 적도 있었다. 지난 10일 1군 엔트리에 다시 등록된 이후 실책 2개를 기록했다. 1경기에서만.
지난 19일 청주 넥센전에서 2회 잇단 실책으로 대량 실점(7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있다.
강경학은 “실수를 한 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되새김질을 한다. 그리고 매번 수비를 하러 나갈 때마다 집중한다. 또한, 계속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해야 한다며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고 있다. 그게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강경학은 21일 마산 NC전 이후
그렇게 빈틈없는 수비를 하려다 보면, 타격감도 되찾을 터. 강경학은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곧 치고 올라갈 것이다”라고 짧은 한숨 뒤 자신감을 내비쳤다. 30일은 카스티요의 2번째 등판 경기가 열리는 날, 이번에 강경학은 어떤 도움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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