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달라도 너무 다른 넥센과 한화다. 연봉, 평균 연령 등 팀 구성은 물론 지도 철학, 추구하는 야구 색깔 등 비슷한 게 많지 않다. 투수 1명과 야수 9명으로 야구를 한다는 것 정도. 그건 야구의 ‘공평한’ 기본 규칙이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3년 이후 3년 연속 한화전 우세(31승 17패)였다. 올해도 초반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천취소 없이 3연전이 3번씩 치러진 가운데 위닝시리즈는 늘 영웅군단의 몫이다. 시즌 상대 전적 6승 3패.
그런데 이 두 팀이 격돌할 때마다 ‘꿀잼’을 선사했다. 뒤집히고 뒤집으며 숨 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결과보다 더 재밌던 과정이었다. 그리고 지난 9번의 맞대결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는 것. 이를 알아두면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고척돔에서 펼쳐질 넥센과 한화의 4번째 3연전 재미가 더욱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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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과 한화는 시즌 9번 겨뤄 1번도 연장 승부를 치른 적이 없다. 끝내기 승리도 5월 25일이 유일했다. 정우람(오른쪽)의 끝내기 폭투로 넥센이 짜릿한 뒤집기를 연출했다. 사진=MK스포츠 DB |
0의 균형을 깨는 선취점을 올렸다. 그렇다면 경기에 이길 확률은 자연스럽게 상승하지 않을까. 그러나 넥센-한화전에서 선취점은 ‘불길함’의 징조다.
연장과 무승부는 없던 9번 승부에서 역전승만 7번이었다. 넥센이 4번, 한화가 3번으로 엇비슷했다. 승부가 뒤집힌 이닝은 5회(3번), 6회(1번), 8회(2번), 9회(1번)였다.
예측불허. 최근 들어 막판까지 진땀이었다. 5월 25일 이후 5번의 대결서 8,9회에 승부가 뒤바뀐 게 3번이었다. 한화는 5월 26일 5득점과 함께 역전으로 ‘약속의 8회’를 완성했다. 김세현의 블론세이브. 넥센도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했던 6월 18일 경기서 8회에만 무려 7점을 뽑았다. 정우람, 이동걸, 심수창이 줄줄이 호출됐지만, 아웃카운트 1개만 잡았을 뿐.
7점은 시즌 넥센-한화전의 1이닝 최다 득점이다. 넥센은 그 기세를 이어가면 이튿날 경기 2회 7득점을 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끝내기 승리는 1번. 5월 25일, 넥센은 7-8로 뒤진 9회 홍성갑의 동점 적시타와 정우람의 끝내기 폭투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7일 현재 폭투 1위(41개)의 한화는 넥센을 만나면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넥센전에서만 11개를 기록했다. 다른 60경기의 30개와 비교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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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김태균은 시즌 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2개를 넥센을 상대로 쳤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은 62득점으로 한화(52득점)보다 10점을 더 땄다. 안타(78-99) 및 홈런(8-11)은 밀렸다. 안타만 해도 21개 차다. 경기당 평균 2.3개다. 그럼에도 득점이 많았던 건 더 많이 걸어 나갔고, 더 많이 뛰어 베이스를 훔쳤기 때문이다.
한화는 394개로 4사구 허용 1위다. 이 중 53개가 넥센전에 나왔다. 1경기에 가장 적었던 게 4개. 6개 이상이 6번이었다. 그 기회를 살려 뛰는 야구를 펼쳤다. 팀 도루 1위(74개)인 넥센은 13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5번의 도루 실패와 3번의 견제 아웃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루 허용 1위(68개)의 한화는 도루 4개에 그쳤다.
한화는 넥센보다 더 많은 안타를 생산했다. 홈런도 많다. 홈런은 1회와 9회를 제외하고 2회부터 8회까지 터졌다. 그 중 가장 많은 폭죽이 터진 건 4개의 7회. 한화는 넥센전 7회에 7득점을 올렸는데, 6점을 홈런으로 만들었다. 로사리오가 3개로 가장 많이 쳤으며, 김태균은 시즌 홈런(5개)의 40%를 넥센전서 채웠다.
넥센은 2회부터 5회까지(40득점) 득점 분포가 높은 반면, 한화는 5회부터 8회까지(총 35득점) 점수를 많이 올렸다. 넥센과 한화의 9회 득점은 각각 2점과 1점. 승부수를 띄워야 할 이닝은 9회보다 8회(넥센 11득점-한화 9득점)였다. 반면, 넥센은 7회, 한화는 4회가 쉬어가는 이닝이었다. 단 1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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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송은범(왼쪽)은 28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한다. 그는 올해 넥센전에 두 차례 등판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과 한화의 색깔이 가장 대비되는 게 선발투수의 교체 타이밍.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빠른 선발투수 교체만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반면, 넥센은 ‘웬만하면’ 그대로 두는 스타일이다.
넥센은 6월 18일 ‘깜짝 카드’ 박종윤이 2이닝 만에 강판되기 전까지 선발투수가 한화전 7경기 연속 최소 5이닝을 책임졌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박종윤은 5이닝 피칭이 딱 1번이었다. 2015년 1차 지명을 받은 최원태는 6월 19일 3회 강판되며 프로 데뷔 선발 최단 이닝(2⅔이닝)을 기록했다.
한화는 선발투수의 5이닝 피칭이 3번으로 33.3% 확률에 그쳤다. 로저스가 7⅓이닝으로 두 팀 통틀어 가장 오래 버텼다. 하지만 이제는 ‘없는 사람’이다.
재미난 건 송은범. 2번 등판해 5⅓이닝(4월 7일), 6⅔이닝(5월 26일)을 소화했다. 한화에겐 넥센전의 가장 믿음직한 ‘이닝 이터’다. 이틀 전 대전 마운드에 섰던 송은범은 6월 28일 열릴 3연전 첫 판의 선발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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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의 오재영은 17일부터 19일까지 한화와 청주 3연전에 모두 출전했다. 4⅓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45개였다. 사진=MK스포츠 DB |
선발투수의 이닝 소화가 적은 한화는 불펜 싸움을 벌인다. 때문에 쉴 새 없이 출동 신호가 울린다. 넥센전도 다르지 않다. 연투는 기본 옵션이다. 정우람을 비롯해 권혁, 박정진, 심수창, 장민재, 정대훈, 김경태, 송창현, 이동걸 등이 이틀 연속 등판했다.
정우람, 권혁, 박정진, 장민재가 5경기를 뛰었다. 심수창은 최근 5번의 넥센전에 네 차례 호출 받았다. 이들 중 권혁이 넥센전 8이닝을 책임졌다. 삼성전(6경기 9⅔이닝)에 이어 가장 많은 이닝이다. 그는 1경기 3이닝이 최다(4번)인데 6월 17일 넥센전에도 6회 등장해 아웃카운트 9개를 잡았다.
출전 횟수로 따지면, 1등은 한화 선수가 아니라 넥센 선수다. ‘맏형’ 마정길과 팀 내 최다 등판(34경기) 이보근이 6번씩 마운드에 올랐다. 각각 4⅓이닝과 4⅔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1이닝이 안 됐다. 승리조로 격상된 김상수도 5경기에 나갔다.
넥센은 5월 26일까지 한화전 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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