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억울하다… 속상하다… 슬프다."
2009년 11월19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프랑스와 아일랜드간 2010 남아공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치고, 당시 아일랜드 대표팀 감독이던 지오반니 트라파토니는 기자회견장에 앉아 침통한 심경을 쏟아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좌절케 한 티에리 앙리판 '신의 손' 사건 때문이다. 1-1 상황에서 맞이한 연장 후반 1분 앙리는 페널티 에어리어 왼편에서 왼손으로 두 번 터치한 뒤, 골문 앞 윌리암 갈라스에게 패스해 결승골을 도왔다.
↑ 프랑스에 희망 아일랜드에 절망을 안긴 티에리 앙리의 "신의 손". 사진=텔레그라프 캡쳐 |
골키퍼 셰이 기븐을 비롯한 선수들과 벤치, 원정팬들 모두 격렬히 항의했으나 당시 주심은 그대로 골을 인정했다. 아일랜드는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실망했을 뿐 아니라 슬프기까지 하다. 억울함을 감출 수 없는 밤이다. 우린 항상 페어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도 어린 학생들 앞에서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모두 경기를 지켜봤을 테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 것이다." (트라파토니)
당사자인 앙리는 "핸드볼이 맞다"고 인정하고, 마틴 한손 당시 주심도 오심을 인정하며 심판직을 그만둘 생각도 있다고 말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프랑스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내분에 휩싸이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이런 소식도 아일랜드 국민의 억울함을 씻어주지 못했다.
↑ 티에리 앙리는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이후 기뻐하지 않았다. 아일랜드 선수들을 끝까지 위로했다. 사진(프랑스 파리)=AFPBBNews=News1 |
마틴 오닐 현 아일랜드 감독은 "중차대한 오심이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땐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아일랜드는 마침내 복수 기회를 잡았다. 조별리그 E조 3위 와일드카드로 유로 2016 토너먼트에 올라 A조 선두이자 개최국인 프랑스와 16강 맞대결이 성사했다.
수비수 존 오셰이는 "그날 부상까지 당해 충격이 두 배로 컸다"며 "역사를 다시 쓸 기회"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공격수 웨스 훌라한은 "그건 지난 일이다. 신의 손을 떠올릴 필요 없다. 두려움 없이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수극’이 아닌 ‘유로2016 16강전’이란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팀의 리벤지 매치는 26일 밤 10시 프랑스 리옹 파르크 올랭피크 리오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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