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신데렐라’에겐 시간은 약점이 아니다. 보면 볼수록 피칭은 아름답기만 하다. 보고 또 봐도 공략하기가 여간 어렵다. 12번의 경기를 넘어 14번째 경기. 신재영은 판타스틱 피칭으로 10승 투수가 됐다.
평소보다 더 긴장됐지만,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현란한 춤사위로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제구의 마법은 다시 한 번 빛났다. 완벽에 가까웠다. 스트라이크존의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으면서 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압도했다. 간간이 곁들인 체인지업은 양념. 25명의 타자를 상대해 피안타 3개와 볼넷 1개. 운 좋게 얻어걸린 승리가 아니었다.
이로써 신재영은 10승을 기록했다. 지난 5월 11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6연승의 가파른 오름세다. 지난 4월 6일 한화 이글스전을 통해 KBO리그에 데뷔한 중고 신인이 77일 만에 대형 투수로 변신했다. 니퍼트(두산 베어스)와 다승 공동 선두. 평균자책점은 정규이닝 투수 중 유일한 2점대(2.71)로 단독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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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히어로즈의 신재영은 14경기 만에 10승을 기록했다. 역대 히어로즈 10승 달성 기록 중 최단 경기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신재영의 등장으로 히어로즈는 2012년 이후 5년 연속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창단 이래 10승 투수도 없던 시기는 2011년이 유일했다.
신재영은 늦게 핀 꽃이다. 2012년 프로에 입문했으나 1군에 뛸 기회는 없었다. 1년 후 트레이드를 거쳐 넥센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군 복무까지 마치고 난 뒤에야 올해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피나는 노력 끝에. 1989년생인 그의 나이 27세에.
남들보다 늦었으나 남들보다 빨랐다. 신재영은 히어로즈 사상 최단 기간 10승을 달성했다. 그는 14경기 만에 이뤘다. 종전 기록은 2014년 밴헤켄의 17경기. 그해 밴헤켄은 20승 투수였다.
지난해까지 히어로즈에서 10승을 달성한 투수(시즌별로 중복 포함)는 총 13명이다. 신재영이 14번째 주인공. 신재영 이전에 전반기 내 10승을 기록한 건 2009년의 이현승, 2014년의 밴헤켄 등 2명이다. 신재영이 3번째인데 이들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였다. 거침없이 승수를 쌓아가는 두산의 트리오(니퍼트, 보우덴, 장원준)와 다승 경쟁을 벌일 정도.
염경엽 감독은 신재영에 대해 “잘 해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라면서도 좋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그가 신재영에게 걸었던 기대 승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 신재영이 7승(지난 5월 28일 kt 위즈전)을 했을 때, 염 감독은 “현 페이스를 고려해 14승 정도를 기대한다”고 했다. 좀 더 늘려도 될 듯.
넥센은 22일 현재 67경기를 치렀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신재영은 전반기까지 4번 가량 더 등판할 예정이다.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선발 등판할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이 같은 페이스를 어느 정도 유지할 경우, 팀 국내 선수 시즌 최다 승 경신도 충분히 가능하다. 2009년 이현승의 13승이 최다 승 기록이다. 나아가 15승 투수도 기대해 볼만하다. 15승은 A급 투수의 기준이다. 히어로즈에서도 2014년의 밴헤켄(20승), 2012년의 나이트(16승), 2015년의 밴헤켄(15승) 뿐이었다.
신재영은 15승, 20승 같이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지금껏 걸었던 것처럼 1승씩 쌓아갈 따름이다
신재영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아질 투수로 기대를 모은다. 때문에 관리도 철저히 한다. 염 감독이 생각한 건 150이닝 정도. 86⅓이닝을 기록한 신재영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예정이다. 앞으로 갈 길이 많기에 그의 승수 사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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