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야구팀] 한주간의 그라운드에는 안타만큼이나 많은 말들이 쏟아진다.
10개 구단에서 한마디씩 모아 보는 MK스포츠의 ‘주간채팅창’. 14일부터 19일까지 들었다.
↑ 그래픽=이주영 기자(tmet2314@maekyung.com) |
16일 광주경기 9회초 두산 톱타자 박건우의 마지막 타석. KBO 20호 히트포더사이클(사이클링히트)에 가장 어렵다는 3루타를 남겼지만, 4구째를 받아친 타구가 KIA 새내기 중견수 이진영의 키를 넘겼고 폭풍 러닝으로 3루까지 뛰면서 드라마틱하게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를 대기타석에서 지켜본 2번타자 허경민. “그 타구를 보고 쟤는 뭘해도 될 놈이구나”라고 느꼈다고. “TV로만 보던 대기록의 현장에 있었던 것만으로 영광”이라며 동기의 쾌거를 축하했다.
▶불러만 주시면…
지난 13일 발표된 드림올스타 팬투표 1차 집계에서 중간투수 부문 2위에 오른 심창민(삼성)은 1위 정재훈(두산)과 큰 표 차이가 난다며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 감독추천 선수로도 “아마 안 뽑힐 것”이라고 스스로의 올스타전 출전 가능성을 박하게 점치던 그는 ‘혹시 뛰기 싫은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서야 의욕을 드러냈다. “나가라면 나가야죠. 시간은 많아요.”
▶이쯤 되면 나도 우리가 무섭다
23년차 타자 이호준(NC)에게도 NC의 연승 기세는 놀랍다. 17일 수원구장 조범현감독(kt)의 부러움반 시샘반 인사. “NC가 너무 잘 나간다.” 옛스승 앞 이호준의 솔직한 답변은 “저도 무섭습니다. 뭐 이런 팀이 있나싶어서.....” 이호준은 이날 1회초 선제 솔로 홈런을 날리는 등 5타수3안타 3타점을 휘두르며 NC의 ‘무서운’ 연승행진을 한 경기 더 늘렸다.
▶알고 보면 ‘9승 도우미’
15일 고척돔. 넥센의 경기전 훈련 도중 프리배팅 타구 하나가 홈팀 더그아웃으로 날아들었다. 누군가의 급박한 “볼!” 외침 속에 당시 더그아웃의 가장 ‘귀하신 몸’이었던 다음날 선발 투수 신재영(넥센)은 내야수 장영석의 ‘온몸 커버’를 받았다. “내가 형을 지켜줬어.” 후배의 생색에 벙글벙글 웃던 신재영은 16일 롯데전에서 무사히 시즌 9승째를 달성했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고향입니다
15일 대구구장, SK 프런트가 경기 후 따뜻한 야식 한 끼를 챙겨먹을 ‘맛집’을 찾다가 대구중-경북고 출신의 김강민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그러나 마땅한 식당을 대지 못한 김강민은 “대구 잘 모른다”며 우물쭈물. “저 이제 인천 사람입니다.” 기대했던 ‘토박이 추천’ 대신 훅 들어오는 감동. 김강민은 경북고 졸업 후 2001년 SK에 입단해 ‘원클럽맨’으로 뛰고 있다. 오늘도 인천 야구팬들의 열혈 응원에 힘이 나는 ‘인천 사나이’다.
▶농담을 왜 진담으로 받는 거니
15일 수원구장 홈팀 더그아웃을 찾아온 이용규(한화)가 전날 3타수 무안타로 눌렸던 kt 선발 장시환의 구위에 감탄했다. 으쓱해진 조범현감독(kt)이 “변화구 노리는데 속구 들어가니 대처를 못하더라”며 웃자 이용규가 씩씩하게 받았다. “다음엔 제가 이기겠습니다.” 뜨끔해진 조감독의 웃음기 빠진 답변. “아니야. 괜찮아.”
▶이것은 무슨 경지?
위닝시리즈가 절실했던 KIA. 19일 잠실 LG전서 결정적인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영웅은 서동욱(KIA)이었다. 5년 만의 만루포로 친정팀 LG를 울렸지만, 치는 순간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고. 경기 후 서동욱은 “너무 잘 맞아서 허망한 느낌이 들더라”며 ‘선문답’ 같은 소감을 남겼다. 혹시 배트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절대정타’의 손맛?
↑ ‘알고보면 허망했던 순간?!’ KIA 서동욱이 19일 잠실 LG전 6회 2사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때려내고 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수도권 원정 9연전의 최종일이던 16일 고척돔의 조원우감독(롯데)은 다음날부터의 홈 SK 3연전 걱정으로 가득했다. SK의 선발 로테이션이 김광현-켈리-박종훈으로 만만찮다던 조감독은 김광현이 최근 4연패라는 기자들에게 “그러니까 이번에 잘 던질 때가 되지 않았냐”고 반문. 다음날 김광현(SK)은 7이닝 5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롯데를 울렸다. 인생은 왜 이 모양인지. 맞으라는 점은 잘 안 맞는데 말이다.
▶즐기는 자가 최고다
18일 KIA전서 결승타 포함, 3안타를 휘두른 ‘LG의 미래’ 채은성. 아직은 어색한 수훈선수 인터뷰 도중 다양한 질문에 한결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공자가 그랬던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손님접대’에 살림 거덜 나네요
19일 수원구장. 원정팀 NC가 15연승 기록을 세우던 날, 홈팀 kt도 기록을 세웠다. NC ‘나-테-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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