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실로 오랜만이다. 최정(SK)이 활짝 웃는 게.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다. 그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걸까. 지난 15일 시즌 첫 5타점(3안타)을 올리며 SK의 대승을 거뒀다.
올해 최정의 방망이는 예년만큼 뜨겁지 않았다. 6월초 2할8푼대(0.284)까지 끌어올렸던 타율은 지난 14일 2할4푼대(0.247)까지 떨어졌다.
지난 3일 잠실 두산전부터 14일 대구 삼성전까지 2안타(35타수)에 그쳤다. 이 기간 타율(0.057)이 1할이 안 됐다.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유난히 야구가 안 되는 최정이다.
최정은 “사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야구장 안에서만 스트레스를 받으려 했다. 최대한 좋은 생각만 가지고 임하려 했는데 계속 (내 뜻대로 야구가)안 됐다. ‘어휴, 될대로 되자’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SK는 간판타자를 믿었다. 1군 엔트리 제외라는 강수는 없었다. 김용희 감독은 최정을 꾸준하게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타순을 일부 조정할 뿐. 최정은 지난 14일과 15일 7번타자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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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은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3안타 5타점을 올리며 SK의 13-3 대승에 이바지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15일 최정의 활약은 돋보였다. 주요 순간마다 안타를 치며 콱 막혔던 SK 공격의 맥을 뚫었다. 득점권 타율(14일까지 0.065)은 낮았으나 찬스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2사 만루서 싹쓸이 3루타를 쳤다. 이 한방으로 SK는 1-0에서 4-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김용희 감독은 “최정이 잘 친 데다 행운까지 따라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라고 기뻐했다.
최정은 “득점권 타율이 낮다는 걸 언론을 통해 접했다. 더욱 타석에서 집중을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라며 “행운이 있었으나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쳐서 좀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안타보다 만루 찬스에서 3타점을 올렸다는 게 내겐 큰 의미였다”라고 밝혔다.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선 최정은 SK가 쫓긴 4회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또 한 번 귀중한 한방이었다. 그리고 7회에는 2루타를 치며 이재원 3점 홈런의 가교 역할을 했다. 홈런만 빼고 안타, 2루타, 3루타를 기록했다. 그의 득점권 타율은 0.065에서 0.104로 상승했다. 방망이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서 휘두르고 있다.
‘7번타자’ 최정은 이날 경기 전 ‘8번타자’ 이재원과 의기투합을 하기도 했다. ‘공포의 하위타선이 한 번 되어보자’라고. 최정은 “하위타선에도 좋은 타자가 있다면 상대에게 위협감을 주지 않나. 그래서 이재원과 약속을 했는데 5타점씩을 기록했다. 정말 기분이 좋다. 타점을 많이 올려서 더욱”이라며 웃었다.
최정은 이날 개인 프로 통산 2000루타(역대 42번째)를 달성했다. ‘-1’이 참 오래갔다. 5경기 만에, 그리고 18타석 만에 친 안타였다. 아홉수에 시달린 것일까. 마냥 부정하진 않았다. 최정은 “(남)기남이형이 어느 날 내게 ‘2000루타까지 –4’다라고 이야기한 뒤 (기록을 크게 의식한 건 아닌데)좀 좋지 않았다. 타격감도 떨어졌다”라며 “그래도 SK 단일팀 기준으로 1호 기록이라는 게 영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3안타를 쳤지만 최정의 시즌 타율은 0.256이다. 성에 차는 수준이 아니다. 3주 전, 김 감독은 최정에 대해 “타격의 기복이 있다”라고 했다. 최정도 “아직도 어이없는 공에 배트를 휘두른다. 제 컨디션이 아니다”라고 많은 홈런에도 불만족을 드러냈다.
이 다소 긴 슬럼프는 최정에게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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