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재밌는 경기를 시청하거나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면 야구팬은 행복한 취침을 할 수 있다. 반면 패하는 경기는 복장이 터진다. 특히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를 후반에 허무하게 내주면 아쉬움은 배가 되고 급기야 잠도 오지 않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최근 LG와 KIA의 행보가 그렇다. 승패를 떠나 경기내용이 자꾸 떠오르게 되는 아쉬운 승부가 반복되고 있다.
14일 잠실과 광주에서 열렸던 경기는 모두 후반부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8회까지 6-2로 앞서고 있던 LG. 단순히 스코어를 떠나 내용 면에서도 NC를 압도했다. 투타에서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그렇지만 9회초가 되자 LG 불펜진은 무언가에 홀릴 듯 연거푸 안타와 볼넷을 내줬다. NC 타선의 집중력이 빛났지만 LG 마운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빠른 시간 동안 불길이 크게 번졌고 결국 LG는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비슷한 시간대 광주에서도 유사한 광경이 펼쳐졌다. 5회까지 4-1, 7회까지 6-3으로 KIA가 선두 두산을 리드하고 있었다. 나지완의 1번 타자 출격 등 나름의 공격력 강화 배수의 진을 쳤던 KIA. 중후반까지 작전은 적중했고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9회초 대거 4점을 헌납하며 또 다른 역전패 주인공이 됐다.
↑ LG 트윈스가 전날 NC에게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시종일관 경기흐름을 주도했지만 9회초 한 순간에 무너졌다. 사진=MK스포츠 DB |
LG는 지난주 치른 대부분의 경기서 아슬아슬 행보를 이어갔다. 우선 7일 삼성전서 초반 선취점과 선발투수 스캇 코프랜드의 6이닝 무실점 활약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렇지만 9회초 불펜투수 윤지웅과 임정우가 흔들리며 대거 8실점했다. 10일 한화전서는 연장 승부 끝에 정근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다. 12일 한화전서도 경기 중후반까지 힘겹게 득점해 리드에 성공했으나 후반부 실점을 막지 못하고 석패했다.
KIA의 상황도 비슷하다. 8일 한화전 8회초까지 3-0으로 앞섰지만 김광수 등 불펜진이 투입 된 이후 2실점, 그리고 정근우의 스리런 포까지 더해지며 한 방에 무너졌다. 12일 삼성전 역시 6회까지 4-3으로 리드했으나 7,8회 대거 7점을 내주며 패배했다. 박준표와 김광수, 홍건희 등 불펜진은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곧바로 불안한 피칭을 선보였고 이는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선발투수들은 잘 던지고도 웃지 못했다. 반등에 성공하고 있는 코프랜드는 7일과 12일 각각 6이닝 무실점,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으나 불펜진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우규민도 8이닝 1실점이라는 복귀 후 최고의 피칭내용을 선보였지만 경기결과는 아쉬웠다.
KIA 선발진 사정도 안타깝다. 지크 스프루일은 8일 한화전 혼신의 120구 역투를 펼치며 무실점으로 막았고 헥터 역시 12일에 삼성을 상대로 6이닝 3실점만 허용하는 집중력을 발휘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양현종은 11일 경기에 완투패를 기록했다.
↑ KIA 역시 동병상련이다. 전문 마무리투수가 없는 가운데 경기 후반 뒷문불안에 시다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문제의 원인은 불펜진 난조다. 물론 한 시즌 동안 모든 경기를 막을 수는 없다. 게다가 불펜투수들의 고충 또한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불안한 양 팀의 마운드 ‘뒷문’은 결국 팀 전체에 마이너스요소가 될 확률이 크다. 마운드가 약한 팀이라는 인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상대팀 기세를 한껏 살려주게 된다. 지난 주 두 팀을 모두 상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한화가 그 예다.
한 시즌을 치르면 마운드, 특히 불펜진은 부상자도 많고 복귀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KIA는 좌완핵심 심동섭이 부상으로 이탈했으며 LG 역시 전날 복귀한 이동현에게 긴 시간 공백이 있었다. 어려운 문제.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연투와 최근 컨디션, 그리고 적절한 상황 속 등판여부까지 전체적 불펜운용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밀렸거나 경기 중 큰 반전이 없다면 결과에 있어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반면 최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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