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김정혁(31·삼성)은 2016년 6월 4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홈런을 쳤다. 그의 홈런이 화제가 된 건 ‘늦깎이 홈런’이었기 때문.
김정혁은 지난 2011년 남들보다 늦게 프로선수가 됐다. 육성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지 6년 만에 홈런을 쳤다. 그의 나이 31세.
백업선수라 1군보다 2군에 활동하던 시간이 많았다. 지난해까지 1군 22경기 출전이 전부. 그마저도 그라운드보다 더그아웃에 있던 시간이 많았다. 김정혁은 “언젠가는 1군에서도 홈런을 한 번 치자고 다짐했다. 그 동안 맞추는데 급급해 내 스윙도 못하다 풀 스윙을 한 게 잘 맞았다. 나조차 소름이 돋았다”라고 놀라워했다.
김정혁은 최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 동안 경기 막바지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타석에 설 기회가 없었다. 시즌 첫 1군에 콜업된 지난 4월 12일, 열흘간 1군 엔트리에 있었으나 타석에는 딱 한 번만 섰다. 자연스레 마음이 쫓겼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극제가 됐다.
↑ 삼성의 김정혁이 가장 빛나고 있는 순간은 ‘지금’이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김정혁은 지난 3일 한화전에 시즌 첫 선발 기회를 얻더니 이틀 뒤 다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그리고 개인 첫 3경기 연속 선발 출전. 조동찬의 허벅지 근육통과 맞물려 선발 라인업에도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김정혁에 대해 “2군에서 타율 4할을 칠 정도로 타격에 재질이 있다. 김재현보다 타격 더 좋다”라고 평가했다. 수비가 더 낫고 내야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김재현을 교체 카드로 활용한다.
그 점에서 김정혁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 그가 기억해야 할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오늘인 줄 알았는데 내일은 더 빛나고 있다.
김정혁은 지난 5일 경기에서 개인 1경기 최다 타점(2)을 기록했다. 2회 1사 2,3루서 좌익수 뒤로 넘어가는 장타를 날린 것. 송은범의 슬라이더에 연속 스윙하며 몰렸지만 3번 당하지 않았다. 송은범의 4구 130km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2타점 2루타. 지난 3일까지 기록한 통산 안타 5개는 모두 단타였다. 홈런에 이어 2루타로 장타력도 뽐냈다.
무대를 잠실로 옮겨서도 김정혁의 맹타는 계속됐다. 지난 7일 경기에서 병살타만 2개만 때리며 고개를 숙였으나 이튿날 4안타를 몰아쳤다. 개인 첫 멀티히트를 기록한 게 불과 4일 전이었다. 이지영, 김상수(이상 2안타)와 함께 공포의 하위타선을 보여줬다. 삼성의 패배에도 그들의 타격은 인상적이었다.
김정혁은 이미 타수, 안타, 타점, 득점은 개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의 타율은 0.429까지 치솟았다. 삼성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김정혁의 입지는 여전히 확고하진 않다. 부상으로 전열에 이탈한 구자욱, 발디리스, 조동찬 등이 돌아오면 김정혁의 1군 엔트리 잔류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눈도장은 확실하게 ‘쾅쾅’ 찍고 있다.
지난 4월 만난 김정혁은 구름을 밟듯 행복하다고 했다. 30대지만 1군 생활이 꿈만 같다고 했다. 그 행복한 하루를 즐겼다. 김정혁의 일상은 다르지 않다. 지난 8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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