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팀 내 다승 3위. 마정길(넥센)과는 약간 어색한 표현이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5월 31일 현재 마정길보다 많이 승리투수가 된 이는 신재영(7승)과 코엘로(5승) 등 2명이다.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피어밴드(3승)와 같다.
어느 팀이나 불펜투수가 승리 지분을 가져가는 경우는 여럿 있다. 선발투수의 부진(넥센 선발투수가 5이닝을 못 채운 건 9번이다) 혹은 불운(박주현은 2승 밖에 못했다)을 뜻할 수도 있으며, 팀의 뒷심(넥센은 역전승이 9번이다)이 강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또한, 박빙의 승부서 버틸 수 있는 지도 포인트다.
팀 내 3번째로 많은 승리투수가 됐다는 이야기에 마정길은 멋쩍어했다. 그러면서 그는 “운이 좋았다”라고 했다. 마정길의 시즌 최다승은 2013년의 4승. 이 페이스면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수도. 마정길은 “불펜투수에게 승리투수란 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내겐 크다. 1승을 한다는 그 의미가. 그리고 승리투수가 된다는 게 매우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 넥센의 마정길은 “묵묵히 네 역할만 하라”는 염경엽 감독의 말을 떠올리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 감의 적중률이 100%는 아니다. 그러나 그 감 때문에 100% 이상의 노력을 다한다. 책임감이 크다. 긴박한 흐름에 마정길을 택한 넥센 벤치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함도 있다. 마정길은 “자주 등판하지 않을 때가 있다. 지난 5월 25일 한화전의 경우 일주일 만의 등판이었다. 그런데도 1점 차 상황서 날 믿고 내보냈다. 이에 보답해야 한다. 그리고 역전승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설레지만)더욱 긴장하고 집중하며 공을 던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정길은 지난 5월 31일 넥센전에 7회 구원 등판했다. 김정훈이 박한이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였다. 1-3에서 1-4로 스코어가 벌어졌으나 넥센도 계속 추격 기회를 만들었다. 따라잡을 수 있도록 추가 실점을 하지 않는 게 마정길의 임무였다. 그리고 그는 ⅔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해 볼넷 1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넥센은 끝내 추격의 불씨를 지피지 못했지만, 마정길은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마정길은 마당쇠 같은 존재다. 그리고 후배를 잘 챙겨주는 맏형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공헌도가 높다. 그는 “그저 후배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는 역할일 뿐이다”라고 스스로를 낮추고 있지만. 염경엽 감독이 자신에게 주문한 걸 늘 떠올리며 다짐한다. “묵묵히 네 역할만 해.” 지금까지 아주 잘 수행하고 있다.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4.40이 마정길의 올해 성적표다. 패배는 없다. 개인 기록도 중요하나, 더 중요한 건 팀 성적이다. 마정길은 “올해 개막 전 꼴찌 후보 평가까지 들었다. 내 목표는 팀과 같다. 보란 듯이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정길은 2002년 프로 입문 이래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강)정호랑 (박)병호가 있을 때 했어야 했는데, 은퇴하기 전에 우승을 한 번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넥센과 2년 계약을 했다. 넥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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