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불과 2주 전만 해도 또 하나의 ‘실패작’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다. 7실점-6실점-9실점(8자책)-8실점. 5월 중순까지 더 이상 나쁠 게 없었다. 월간 평균자책점은 14.50까지 치솟았고, 매번 큰 불을 지르니 팀이 이길 리 없었다.
벨레스터가 먼저 퇴출된 뒤, 웹스터도 ‘가시방석’이었다. 벨레스터보다 조금은 보여준 게 있었으나, 웹스터에게 언제까지 기회를 줄 수만은 없었다.
그런데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4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웹스터는 2경기 연속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5월의 마지막 날, 시즌 4승째(4패). 7.10이던 시즌 평균자책점을 6.09로 낮췄다. 대량 실점과 조기 강판도 없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그런데 웹스터는 어떻게 이렇게 확 바뀌게 된 것일까.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포수 이지영은 “예전보다 컨트롤이 잘 됐다”라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도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하면서 제구력이 좋아졌다. 특히, 낮은 코스로 공이 들어가는 게 인상적이었다”라고 전했다.
↑ ‘널 믿는다.’ 웹스터(오른쪽)는 더 이상 골칫덩이가 아니다. 최악의 행보를 걸었던 그는 5월 25일 KIA전 이후 180도 달라졌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웹스터는 넥센전을 마친 뒤 “전반적으로 제구가 잘 이뤄졌다. 속구 제구가 잘 되면서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도 원하는 코스로 잘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건 변화구 비율이다. 웹스터는 98구 중 속구가 33개로 33.67%에 그쳤다. 슬라이더가 36개, 체인지업이 23개로 꽤 많았다. 다양한 변화구 구사는 그의 강점이다. 단순히 던질 줄만 아는 게 아니다. 제구가 되는 변화구는 위력적이었다. 그리고 자신감을 더 갖게 했다. 웹스터는 “넥센 타자들이 내 변화구에 애를 먹는 것 같아 더욱 많이 던졌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 웹스터는 투구 동작 시 글러브의 위치가 영향이 컸다고 했다. 웹스터는 “그 동안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고쳤다. KIA전부터 내렸던 글러브 위치를 다시 올렸더니 한결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이는 피홈런 감소로도 이어졌다. 웹스터는 지난 5월 13일 롯데전과 19일 한화전에서 피홈런 3개씩을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5일 KIA전 이후 2경기 연속 피홈런 0개.
웹스터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멘탈도 더욱 강해졌다. 위기에서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 웹스터는 넥센전에서 3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4회 김하성에게만 적시타를 맞았을 뿐이다. 탈삼진과 범타로 위기서 탈출했다. 속구와 슬라이더가 인상적이었다. 웹스터는 “(주자는 의식하지 않고)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야겠다는 각오였다”라고 했다.
“올해 최고의 피칭이었다.” 류 감독은 지난 5월 31일 넥센전을 마친 뒤 웹스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웹스터는 이제 ‘확고한’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이다. 삼성은 레온이 1군 엔트리에 합류하면,
류 감독은 “웹스터가 이제 감을 잡은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웹스터도 “요즘 기분이 굉장히 좋다. 이 좋은 흐름을 유지해 앞으로 계속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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