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지 14년째인 만 32살. 투수로서 한창일 나이에 노경은(32)은 글러브를 스스로 내려놨다. 어느 누가 이런 노경은의 마침표를 예상했을까. 갑작스러운 이른 은퇴에 팬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말 그대로 기구했던 그의 야구인생이었다.
4연패에 빠진 두산에 전해진 깜짝 소식은 희소식이 아니었다. 두산은 지난 10일 노경은의 은퇴와 함께 임의탈퇴 공시를 공식 발표했다. 노경은 올 시즌 팀의 5선발로 출발했지만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11.17의 부진을 겪었다. 결국 지난달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상황. 김태형 두산 감독은 노경은에게 재정비의 시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2군행과 함께 은퇴 의사를 구단 측에 전달했다.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계속된 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은퇴 결심의 이유는 아직 선수 본인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임의 탈퇴로 올 시즌 노경은의 등판을 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커다란 심경의 변화가 없는 한 마운드 위에 선 노경은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 투수 노경은이 지난 10일 은퇴와 함께 임의 탈퇴 처리됐다. 야구가 아닌 제 2의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한 선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노경은이라는 이름 석 자가 제대로 각인된 시기는 2012년이다. 김진욱 전 감독과 정명원 현 kt 코치와 함께 팀에 있던 시간이 노경은의 전성기였다. 당시 노경은은 팀 선발 마운드에서 우뚝 섰다. 당해 6월부터 선발 보직은 맡은 노경은은 자신의 기록을 하나하나 세워갔다. 1808일만의 선발승으로 시작해 생애 첫 완봉승과 두 번째 완봉승까지. 2012시즌 최종 성적은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 133탈삼진이었다.
노경은은 드디어 알을 깼다는 평가와 함께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도 뽑혔다. 그리고 확고한 두산의 선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노경은은 시즌 초 승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당해 가을야구에서도 본인의 통산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두는 활약을 이어갔다.
이제 꽃길만 걸을 것 같던 노경은에게 내리막길은 한순간이었다.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던 두 스승이 팀을 떠나면서 슬럼프가 찾아온 것. 노경은은 2015시즌 송일수 감독 체제에서 데뷔 후 최악의 시기를 경험했다. 성적은 처참했다. 29경기 3승 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에는 불운도 찾아왔다. 노경은은 스프링 캠프 중 라이브배팅 타구에 턱을 맞아 3군데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다. 시즌 준비가 완전히 흐트러졌던 상황. 시즌 중반 불펜으로 복귀 후에도 성적은 점점 하락했다. 동시에 모친상까지 치르는 아픔도 겪었다. 팀의 우승에 일조한 한국
우승 반지를 낀 노경은은 반등을 다짐하고 2016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선발 마운드에 대한 부담감은 컸다. 노경은은 지난달 21일 수원 kt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시즌 2패이자 통산 47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등판은 노경은의 야구인생에서 마지막 장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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