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참 어렵다. 1승을 하기가. 그리고 참 아쉽다. 1승을 놓친 게. 독수리와 호랑이의 2016년 첫 대결은 피 말리고 살 떨리는 한 판이었다.
승자와 패자는 갈렸다. 한화는 3연패를 끊었고, KIA는 3연승을 놓쳤다. 그렇지만 둘 다 상처를 입었다. 둘의 첫 시리즈는 한 판이 아니라 세 판이다. 그리고 오래 달리기의 초반 페이스일 뿐이다.
한화는 1승을 위해 필승조를 총동원했다. 결과적으로 1승을 지켰다. 그러나 공을 들인 만큼 여파가 있다. 아낄 게 없던 한화의 입장이었다. 3연패였다. 그리고 최근 11경기에서 1승 10패를 했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했다. 다만 그 힘을 너무 쏟았다. 다음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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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의 정우람은 2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즌 3호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38개의 공을 던졌다. 시즌 1경기 최다 투구수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는 지난 24일 경기까지 3승(16패)을 거뒀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진 경우도 있었지만, 뒷심을 내 승부를 뒤집었고, 불펜은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한화 불펜은 이날 3이닝만 막으면 됐다. 앞의 3승과 비교하면 책임질 몫이 크지 않았다. 점수 차도 3점이었다.
그러나 이날 한화 불펜은 꽤나 고전했다. 7회부터 필승카드를 줄줄이 꺼냈다. 7회만 송창식(8구)을 시작으로 권혁(11구), 윤규진(13구) 등 3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살얼음판이었다. 제구가 흔들렸다. 그러면 가차 없이 교체였다.
결국 정우람이 8회 무사 1,2루서 등장했다.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조기 투입한 꼴이었다. 정우람은 2점을 내줬지만, 동점과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38개의 공을 던졌다. 정우람의 1경기 최다 투구수(종전 19일 사직 롯데전 2이닝 36구)다.
한화는 정우람 카드를 이틀 연속 쓴 적이 없다. 화요일 경기에 부하가 걸린 정우람을 수요일에도 내보낼까. 셈법이 복잡해진다. 다른 4경기가 또 남아 있으니까.
등판 전 어깨를 풀기 위해 공을 던졌던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범주에는 다른 투수들도 포함돼 있다. 송창식, 권혁, 윤규진의 경기 투구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불펜에서 1,2번 몸을 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총력전이긴 했으나 불펜의 바통 넘기기는 매끄럽진 않았다.
KIA는 지기 싫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3장의 대타 카드(7회 나지완-8회 김다원, 백용환)를 가동했다. 대주자(8회 윤완주)도 나갔다. 7회 2사 1,2루 찬스를 놓쳤지만, 8회 2점을 따라잡았다. 이 순간 집중력은 돋보였다. 김주찬은 통산 500타(역대 71번째)점을 올리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런데 KIA는 결국 졌다. 2-3으로 따라잡았던 2사 1,2루서 대타 백용환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KIA의 잔루는 8개. 한화와 같았다. 안타는 7개로 한화(6개)보다 1개 더 많았다. 2회 1사 1,2루-3회 1사 3루-9회 1사 2루 등 찬스는 여러 차례 찾아왔다. 그러나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결정적 순간마다 조용했다. ‘연타’는 딱 8회였고, 이마저도 한 바퀴를 돌지 못했다.
KIA의 1패는 양현종의 1패다. 양현종은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양현종은 볼이 많아(총 109개 중 볼 43개) 볼넷만 4개였다. 그럼에도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그리고 개막 이후 최소 6이닝은 책임졌다. 에이스로서 역할을 최소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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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는 올해 양현종이 등판한 5경기에서 1승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 기분 나쁜 징크스는 끝내 4월에 끊지 못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는 지난해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양현종이 선발 등판한 31경기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가장 이길 확률 높은 경기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 우습게 넘기기엔 지나치게 반복되고 있다.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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