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윤진만 기자] 포항스틸러스 최진철 감독은 공간(Space)을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
‘공간을 활용하라, 공간이 너무 넓다, 공간을 파고들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어느 정도냐면 일전 인터뷰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간으로 침투하는 축구가 내 축구의 기본 바탕”이라고까지 했다. 1-1로 비긴 수원삼성전을 마치고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상대에게 공간을 많이 허용했다. 그래서 힘겨운 경기를 했다”며 패인으로 ‘공간’을 지목하기도 했다.
4월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6경기에서 연속 무승(2무 4패)하며 생각에 변화가 일었다. 경기장 위 공간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코치진과 선수단 사이에 생긴 ‘공간’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전임 황선홍 감독 시절과 다른 자신의 전술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선수들과 ‘거리’에서 부진이 비롯했다고 본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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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초 전술 변화를 감행한 포항스틸러스 최진철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최 감독은 광저우헝다전(19일)을 앞둔 17일 선수단 미팅에서 ‘원래 포항 축구를 다시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너희 하던 대로 해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원래 포항 축구’는 파리아스가 세우고, 황선홍이 다듬은 ‘스틸타카’다.
광저우전에서 나타난 몇몇 ‘포항스러운’ 패스 플레이 근저에는 이 같은 최 감독의 ‘내려놓음’이 있었다. 주구장창 빈 공간을 노리는 전술은 선수들에겐 자칫 감독의 아집으로 비춰질 뻔했는데, 팀의 반등을 위해 선수들이 그리워하는 ‘옛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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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광저우헝다간 맞대결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그동안 (최 감독님이 오신 뒤)공간을 많이 활용하는 축구를 했다. 미팅이 있었고, 이제는 좁게 서서 포항만의 패싱 축구를 하려고 한다”고 플레이메이커 문창진은 0-2로 패한 광저우전을 마
최 감독은 “유기적인 플레이가 몇 장면 나왔다. 예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단 점이 고무적이다”라며 어두운 터널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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