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0위. 열 계단 중 맨 아래. 한화의 현 위치다. 10번의 상처가 있다. 단순히 연고를 바르며 ‘호~’ 분다고 치유될 상처가 아니다.
한화는 15일 현재 12경기 만에 10패(2승)를 기록했다. 1년 전의 kt와 엇비슷한 행보다. kt는 1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kt도 3번이나 두 자릿수 실점을 하면서 굴욕을 맛봤고, 참패의 쓰라림도 겪었다. 그렇지만 경험이 부족한 신생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화는 97점을 ‘헌납’했다. 같은 기간 kt의 78실점보다 많다. 평균자책점은 7점대(7.08)다. 지난 12일부터 50실점과 함께 4연패를 하고 있다.
삼성이 지난 12일 세웠던 시즌 1경기 최다 득점(16점) 기록은 이틀 만에 깨졌다. 두산이 17점을 뽑았는데, 이마저도 하루 뒤 LG가 갈아치웠다. 18득점으로. 두 팀 다 한화를 대상으로 폭발했다.
한화는 이번 주 3경기 연속 만루홈런 허용 등 총 57개의 피안타를 기록했다. 다들 한화를 두들겨 팼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7개의 실책은 덤이다. 온통 지뢰밭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잘 했나. 4경기에서 9점을 얻었을 뿐이다.
최근 누군가 물었다. “프로가 무엇인가”라고.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또는 직업선수.’ 그게 프로의 사전적 정의다. 쉽게 설명해, “그 분야의 최고”를 프로라고 칭한다.
↑ 지난 15일 LG에 2-18로 졌던 한화는 12경기 만에 10패를 기록했다. 문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한화는 프로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
1년 전의 한화는 이렇지 않았다. ‘화제의 팀’이었다. 그들은 끈기 있는 야구를 했다. 패배의식에 젖어 무기력했던 한화가 아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 매력은 어마어마했고 중독성이 강했다. 오죽하면, ‘마리한화’라는 신조어와 함께 신드롬이 나타났을까. 방송사는 앞을 다퉈 한화 경기 중계를 희망했다. 그리고 한화 경기를 보러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구름관중이 몰렸다. 매진 사례는 흔했다.
하지만 현재의 한화를 보자. 표를 구하기 어렵던 대전구장,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된다. 올해 한화의 홈경기 매진은 0회. 주중 7경기에 5만4509명이 자리했다. 경기당 평균 7787명. 지난해 21번의 매진 속에 경기당 평균 9131명이었던 걸 고려하면, 차이 난다. 구름관중은 주중이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았다.
한화의 색깔은 지워졌다. 마리한화도 신기루마냥 사라졌다. 올해 한화의 색깔은 무엇일까. 겨우내 남들만큼, 아니 남들보다 더 땀을 흘리고 준비했을 텐데. 또한, 남들보다 더 겨우내 전력 보강에 힘썼던 건데.
오히려 퇴보한 인상을 준다. 12경기만 했다. 10%도 채우지 않았으며, 앞으로 132경기가 남았다. 그러나 딱 12경기만 보고 느껴지는 ‘좋지 않은’ 인상이다. 한화는 지난해 이 기간 5승 7패를 기록했다. 단지 3번을 더 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의 한화는 2015년의 한화보다 매력이 없다. 프로의 팀으로서.
한화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핫 이슈다. 그러나 공기가 다르다. 결코 우호적인 시선이 아니다.
프로의 세계는 돈이다. 관중이 있어야 프로다. 3만3123명의 관중은 프로의 경기를 보러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을까. 야구장에 있던 시간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바랐던 건 그게 아니었을 테니까. 프로는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실력을 펼쳐 최상의 쇼를 해야 한다. 한화는 그렇게 했을까.
지금껏 보여준 건 엉망진창이다. 10위지만 더 떨어지지 않는다. KBO리그는 강등이라는 제도가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일까. 올라갈 일만 생각하면
프로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팬은 ‘프로’야구가 보고 싶다. 프로는 ‘프로’야구를 해야 한다. 팬을 위해, 팀을 위해. 개인은 후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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