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트리플A팀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2016시즌을 시작하는 이학주(26)가 지난달 30일 연습경기에서 ‘무려’ 조니 쿠에토에게 홈런을 때려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인을 통해서 동영상을 전달받아 봤더니 정말 시원한 스윙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는 기회를 올해는 꼭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커졌다.
열아홉 살이던 2009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싱글A, 더블A, 트리플A까지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던 유격수 이학주는 2013년 수비 중 주자와의 충돌로 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던 아픔이 있다. 수술과 재활을 견디고 돌아왔지만, 그는 부상 전의 타격 실력을 온전히 되찾지 못했다.
![]() |
↑ 이학주는 샌프란시스코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에서 2016시즌 개막을 맞는다. ‘ML 도전 8년째’인 올해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AFPBBNews=News1 |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계약에 성공한 뒤 겨우내 이학주는 많은 노력을 했다. 스윙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여러 방법을 모색했고, 준비 자세에서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조금 내리는 타격폼 수정을 시도했다. 몸의 중심을 살짝 낮추고 하체의 자신감 있는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최적의 스윙 타이밍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꽤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체의 동작이 부드러워지면서 정확도와 파워에서 자신감을 되찾은 모양이다.
사실 무릎 부상 이후 이학주가 극복해야 했던 것은 몸의 문제만큼이나 정신적인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많은 선수들이 큰 부상을 겪고 나면 힘든 재활을 견디고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이후에도 부상의 트라우마라는 또 다른 적과의 싸움에 맞닥뜨린다.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 예전 같지 않고 자기도 모르는 새 부상 이력 부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비와 주루 능력은 괜찮은데 ‘타격이 아쉽다’는 말, 이학주의 재능으로는 억울한 평가였다. 부상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온다. 그리고 준비된 사람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