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안산) 윤진만 기자] 레바논전 후반 추가시간 2분 이정협이 기다리던 골을 터뜨리자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양팔을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채 뛰어다녔다.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 승리는 먹을 때마다 달콤할 테다. 이겨도 이겨도 또 이기고 싶은 게 바로 승부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나는 아직 배고프다”가 유명할 뿐, 아마도 모든 지도자는 늘 승리에 허기짐을 느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 행동도 십분 이해한다. 예상외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자칫 0-0 무승부로 끝날 경기였다. 그 순간 ‘옹호 발언’까지 해가며 발탁한 이정협이 득점했으니 주체할 수 없이 기뻤을 듯하다. 십분 이해한다.
그림을 확대해보자. 슈틸리케 감독의 행동이 달리 보인다. 레바논이 그럴만한 상대인가에 대한 의구심부터 든다. 레바논은 FIFA랭킹 145위(한국은 57위) ‘약체’다. 6월 맞상대할 스페인, 체코와는 급 자체가 다르다. 더구나 홈경기였다. 90분 내에 끝내지 못한 점은 외려 비난받아야하지 않을까.
↑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과 황태자 이정협. 24일 레바논전에서 한 건 터뜨렸다. 사진(안산)=천정환 기자. |
세리머니와 같은 한 개인의 행동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식의 미지근한 승리에 너무 자주 취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현재 대표팀 내외부 분위기는 미얀마(154위)를 이겨도 두 팔 벌려 만세, 라오스(178위)를 이겨도 덩실덩실인 것 같다. 이겼는데 슬퍼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샴페인에 취할 때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역대 대표팀 최다 기록과 동률인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도 어떤 상대와 만났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일본, 호주, 중국, 북한 등이 포진할 최종예선에서 기록을 달성한 뒤 박수를 보내도 늦지 않다.
이청용은 2차예선 7경기를 돌아보며 말했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강한 팀을 만나지 않았다. (7경기 무실점에)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 이 팀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솔직함에 박수를 보낸다.
강호와의 대전은 슈틸리케호가 지닌 ‘아킬레스건’이다.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호주 등 몇몇 팀을 제외하면 상대국은 죄다 한국보다 FIFA 랭킹 후순위 국가였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은 자메이카는 경기 당일 입국한 선수가 있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했다. 당시 3-0으로 승리하고, 대표팀은 어김없이 ‘샴페인’을 터뜨렸다.
무패 질주하며 슈틸리케 감독을 신격화하는 분위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청용의 말마따나 대표팀은 부족한 점이 많다. 양 측면
6월 스페인, 체코와의 유럽 원정 2연전, 9월 최종예선전이 시작한 뒤 슈틸리케팀을 판단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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