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안산) 강대호 기자]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공격수 이정협(울산현대)이 돌아왔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 일등공신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낙담했던 이들을 일으켜 세운 것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응원이었다.
한국은 24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최종전에서 1-0으로 이겼다. 김진현은 선발 골키퍼로 풀타임, 이정협은 후반 25분 교체 출전하여 45분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2015 아시안컵에서 김진현은 조별리그 2경기와 준준결승·준결승 클린시트를 포함 435분 연속 무실점 및 510분 2실점으로 한국의 2위에 큰 힘이 됐다. 이정협은 6경기 2골 1도움. 두 선수 모두 생애 첫 메이저대회라는 것이 무색한 준수한 활약이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김진현은 파지아노 오카야마와의 2015 일본 2부리그 25라운드 홈경기(2-1승) 도중 오른쪽 쇄골(빗장뼈)이 부러졌다. 이정협은 상주 상무 소속으로 병역을 이행하던 중에 경남 FC와의 ‘2015 K리그 챌린지(2부리그)’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안면복합 골절을 당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을 망각하지 않았다. 라오스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홈경기(8-0승)를 마치고 “대승을 거뒀으나 현 대표팀에는 김진현과 이정협이 빠져있다”면서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둘을 절대 잊지 않겠다. 앞으로도 함께할 선수들”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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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 빛나다. 사진(안산)=김영구 기자 |
그 후로 204일(만 6개월22일)이 흘렀다. 두 선수는 나란히 레바논전에 출전하며 스승 앞에서 자신의 건강한 복귀를 신고했다. 김진현은 뉴질랜드와의 홈 평가전(1-0승) 이후 360일(만 11개월23일) 만에 A매치 골문을 지켰다, 이정협은 ‘2015 EAFF 동아시안컵’ 북한전(0-0무) 이후 229일(만 7개월16일) 만의 출전이다.
김진현은 2015년 10월24일 MK스포츠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대표팀은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몸도 몸이지만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발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김)승규, (정)성룡이 형 모두 듬직하게 잘 해주고 있다. 소속팀 경기부터 복귀한 다음 대표팀 문을 열고 싶다. 그리고 다시 소집할 경우 피할 수 없는 주전 경쟁을 다시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본인의 말처럼 골키퍼 3인의 ‘피할 수 없는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정협도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경쟁 상대’에 대한 인정을 말했다. “수술부위는 의학적으로는 회복됐다. 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다시 부러질 일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트라우마를 잊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면서 “석현준(FC 포르투)은 워낙 좋은 선수다
경쟁자를 과소평가하지도 자신을 과신하지도 않는 김진현과 이정협은 아픔으로 한층 성숙해졌다. ‘자신들을 잊지 않은’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 씀씀이에 이들이 A매치에서 어떤 보답을 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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