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아드리아노(28·FC서울)는 기분파다. 골을 넣고 홈 서포터즈 쪽으로 달려가 포효한다. 삼바 리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한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상무전에선 달랐다.
팀이 오스마르의 골로 1-0 앞선 전반 41분, 오스마르의 헤딩 횡패스를 골로 연결했다. 웃지 않았다. 동료들의 축하 세례 속에서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터벅터벅 자기 진영으로 되돌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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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프레체히로시마전과 상주상무전. 같은 (득점)상황, 다른 느낌. #아무룩.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표정 그대로다. 순간 포착이 아니다. 실제로 표정이 저랬다.
앞선 4경기에서 9골을 넣은 까닭에 골이 너무 익숙한 걸까? 아니면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경기 후 본인 입으로 속 시원히 이유를 밝혔다. 상대팀 수장인 조진호 상주 감독 때문이란다.
아드리아노는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감독님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감독님을 존중하기 때문에 득점 이후에도 차분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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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얀형, 나 골 넣은 거 맞지? 왜 기쁜데 웃질 못하겠지?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
둘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슈퍼리그 다롄스더 소속이던 아드리아노는 조진호 감독이 이끌던 대전시티즌으로 이적했다.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다롄스더 구단의 눈 밖에 났던 아드리아노는 대전에서도 툭하면 ’꼼수’를 부렸다.
조진호 감독은 강압적으로 훈련에 참가시키거나, 명단에서 제외하는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아드리아노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도록 소위 ’밀당’을 했다.
예컨대 ’오전 훈련에 참여하면 오후 훈련에서 제외해주겠다’, ’오늘 훈련을 쉬게 해줄 테니 경기 전날 훈련에는 꼭 참여하라’는 식이었다.
’특혜’로 볼 수도 있었지만, 아드리아노는 경기당 1골에 달하는 놀라운 득점력으로 타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총 27골(32경기)로 팀 승격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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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월 조진호 감독과 아드리아노 행복했던 그 시절. 사진=MK스포츠 DB |
2015년 5월 조진호 감독이 먼저 대전을 떠나면서 둘은 헤어졌는데, 아드리아노는 클래식에서 다시 만난 조진호 감독을 잊지 않고
조진호 감독도 마찬가지. 경기 전 ’아드리아노를 상주에서 영입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매일 외출한다고 해서 안 될 것 같다"라고 애정섞인 농을 던졌다. 경기 후에는 "위협적이란 걸 다시 한 번 느꼈다"라며 엄지를 들었다.
프로 세계에서 쉬이 보기 힘든 한국 감독과 용병 간의 훈훈한 이야기다.
[yoonjinma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