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승장 인터뷰, 한 번 해주시죠.” 시범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염경엽 넥센 감독도 이 말에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시범경기는 승리 팀 감독의 인터뷰만 한다. 염 감독은 아직 고척돔에서 경기 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넥센은 지난 18일까지 고척돔에 터를 잡고 4경기를 했지만, 무승(1무 3패)이었다. 순위는 최하위.
염 감독은 시범경기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으나, 기분이 좋을 리는 없을 터. 점점 개막일이 가까워질수록 분위기도 끌어올려야 했다.
염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과정’을 강조했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주축 선수들을 고스란히 쓰지 않는다. 최대한 기회를 부여한다. 그 가운데 ‘좋은 건’ 좋은 거다. 팀은 물론 개인의 자신감 형성에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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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히어로즈는 19일 삼성 라이온즈에 7-3 역전승을 거두고 고척돔 첫 승을 기록했다. 사진(고척)=곽혜미 기자 |
지난 18일 두산에 1-5로 끌려가다 8회 대거 4득점으로 연패를 끊었던 넥센이다. 피안타 16개를 맞고도 지지 않았다. 그 좋은 흐름은 이튿날에도 영향을 끼쳤다.
넥센은 5회까지 답답했다. 시범경기에 첫 선발 등판한 차우찬에게 꽁꽁 묶였다. 안타는 2개에 그쳤다. 그 사이 삼성에게 1점씩을 내주며 끌려갔다. 여기까지는 앞의 고척돔 경기와 다르지 않았다.
0-3 스코어. 하루 전날 4점 차를 따라잡았던 넥센이다. 3점 차는 해볼 만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차우찬이 마운드에서 사라진 6회 큰 힘을 만들었다.
백정현을 상대로 3연타를 날렸다. 시범경기 타율 8푼3리(24타수 2안타)의 임병욱이 빠른 발로 내야안타를 친 뒤 서건창과 박정음이 연속 안타로 삼성 마운드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발이었다. 박정음의 도루로 만든 무사 2,3루서 포수 이흥련 실책을 틈 타 서건창이 홈을 밟으며 한 점을 보탰다. 행운까지 더해졌다. 이택근의 타구를 유격수 김상수가 처리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3-3 동점이 되자, 4482명이 자리한 고척돔의 분위기는 고조됐다. 이제 뒤집기 순간만 남았다. 위기는 절정에 이르게 만드는 법. 7회 안타 2개와 폭투 1개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지만, 직선타에 이은 병살로 흐름을 가져갔다.
반격은 곧바로 펼쳐졌다. 넥센 역전의 축은 젊은 선수들이었다. 시범경기 타율이 떨어지기만 하던 김하성이 안타를 치더니 김동호의 견제 실책을 틈타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강지광의 적시타. 승부는 뒤집혔다. 그리고 견고한 수비로 7회 위기를 막았던 장영석이 3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타구는 하루 전날 박정음의 극
‘8회-3점-홈런.’ 이틀 연속 8회 홈런쇼와 함께 넥센의 고척돔 첫 승의 폭죽이 터졌다. 결과보다 의미가 컸던 내용이었다. 그리고 염 감독은 고척돔에서 처음으로 승장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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