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지난 18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원정경기를 마친 이학주(25·샌프란시스코)의 표정은 밝았다. 단순히 이날 경기에서 안타를 친 것 때문은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주눅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이학주의 표정은 내내 밝지 않았다. 그는 시범경기 기간 단 한 경기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팀은 주전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의 시즌 준비가 늦어지는 상황에서도 켈비 톰린슨, 에히레 아드리안자에게만 계속해서 선발 유격수의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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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주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계속해서 벤치 멤버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 사실은 그를 낙담하게 했지만, 이겨내기로 마음 먹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바로잡았다. "'못 치면 어때?'라고 생각하며 투수와 재밌게 싸우자고 다짐했다" 18일 경기에서 때린 안타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2주전 있었던 텍사스 레인저스 주전 우익수 추신수(33)와의 만남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됐다. 이학주는 캠프 초반, 추신수가 자신의 집에서 한국 선수들을 불러모아 저녁을 먹었을 때 자리에 끼지 못했다. 자신의 바뀐 연락처를 선배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대가였다.
당시 자리에 끼지 못한 것에 상심했던 그는 뒤늦게 '하늘같은 대선배'에게 인사를 했고, 귀한 시간을 쪼개 마주할 수 있었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2시간 동안 야구 얘기만 했다. 내가 그동안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타격감이 좋을 때가 아니면 초구는 치지 마라'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보면 꼭 원 스트라이크, 아니면 투 스트라이크 때만 치더라.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타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남은 캠프 기간 타율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모두가 너무 쉽게 시범경기 타율은 의미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절실한 그에게는 시범경기 타율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숫자였다.
이학주는 19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홈경기에도 벤치에서 대기한다. 선발 출전은 없었지만, 그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격수 중 켈비 톰린슨(40이닝), 에히레 아드리안자(35이닝) 다음으로 많은 34
3월 중순이 넘어서까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잔류하고 있는 이학주의 목표는 "캠프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그 목표가 가리키는 곳에는 빅리그가 있다. "어디를 가든 잘 해서 올해는 꼭 올라갈 거다." 오랜 기다림과 시련에 지친 그는 꿈의 무대를 갈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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