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일이 커졌다. 36세 노장 선수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 그 뒤에는 화이트삭스 구단의 불통 문화가 있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지명타자 겸 1루수 아담 라로쉬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다. 지난해 화이트삭스와 2년 계약을 맺은 그는 이번 시즌 1300만 달러의 연봉이 남아 있었지만, '쿨하게' 이를 포기했다.
곧이어 그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가 밝혀졌다. 라로쉬에게는 드레이크라는 14살 아들이 있었는데, 라로쉬는 클럽하우스에 그를 데리고 다녔다. 심지어 원정 경기나 스프링캠프도 함께했다. 드레이크는 홈스쿨링을 받으면서 아버지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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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 라로쉬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 문제는 한 구단의 노사 문제로 비화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9살난 아들을 둔 텍사스의 주전 3루수 아드리안 벨트레는 "아들은 그저 이곳을 돌아다니며 즐기고 싶어한다. 나도 아들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며 즐긴다"며 아들을 클럽하우스에 데리고 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메이저리거인 아버지를 따라 클럽하우스에 들어 온 이들은 자연스럽게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다. 2세 야구 선수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로쉬도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는 로빈 벤추라 감독도 허락한 일이었고, 선수단 모두에게 환영받았다.
그런데 화이트삭스 구단이 제동을 걸었다. 켄 윌리엄스 사장이 나섰다. 윌리엄스 사장이 FOX스포츠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라로쉬에게 "매일 더 나아지는 것에 집중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자녀를 경기장에 데려오는 비중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윌리엄스는 "자녀를 데려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것이 매일이 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이 나라에 아이를 매일 데리고 오는 직장이 어디 있는가?"라며 자신의 요구가 무리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윌리엄스 사장의 이 같은 행동은 화이트삭스 선수단의 분노를 사고 말았다. '야후스포츠'의 제프 파산에 따르면, 화이트삭스 좌완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팀 미팅 도중 윌리엄스 사장에게 클럽하우스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F'로 시작하는 거친 욕설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분노는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뻔했다. 'ESPN'에 따르면,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17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를 보이콧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로빈 벤추라 감독이 선수들을 설득하면서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결국 소통의 문제였다. 파산은 세일이 이 같이 분노한 이유가 윌리엄스 사장이 클럽하우스의 역동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라로쉬가 화이트삭스와 계약할 당시, 아들이 클럽하우스 문화의 일원이 될 것을 요구했고 구단의 허락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물론 이는 구두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이 문제를 감독이나 단장이 아닌, 왜 사장이 나섰는지도 논란 거리다. 어느 구단이나 프런트 조직이 있고, '지시 체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이를 무시했다. FOX스포츠는 윌리엄스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화이트삭스 단장을 맡았다가 2012년 릭 한이 들어오자 사장으로 승진한 점을 거론하며 그가 승진 이후에도 선수단 운영에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면서 단장과 사이가 편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구단의 요구에 은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맞선 선수도 문제지만, 사장이 선수의 개인적인 문제까지 간섭한 구단도 잘한 것은 없어 보인다. 이번 일은 정말 사소한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한 선수
토니 클락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내가 선수로 뛰면서 얻은 경험인데, 선수와 구단 사이에 존중과 프로패셔널리즘이 있으면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의문에 빠지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양 측의 소통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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