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989년 11월 8일 출생. 한국나이로 어느덧 28세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넥센 히어로즈라는 팀 사정을 고려하면 벌써 중고참이다. 주장 서건창과 동갑내기다. 그런데 KBO리그 1군 성적표는 0경기. 아직까지 ‘미완’이다. 신재영, 그는 그 무대를 늘 동경했다.
단국대를 졸업한 신재영은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에 8라운드(전체 69순위) 지명을 받았다. NC가 KBO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첫 시즌, 개막한 지 20일 만에 1군 데뷔보다 트레이드를 먼저 경험했다. 2대3 트레이드(신재영, 송신영↔지석훈, 이창섭, 박정준)로 넥센의 유니폼을 입었다.
1년 만에 또 유니폼 교체. 신재영은 경찰에 들어가 군 복무를 했다. 그가 던진 무대만은 변하지 않았다. 늘 퓨처스리그였다. 이제는 KBO리그로 올라가 ‘프로 데뷔 무대’의 꿈을 이루고 싶기만 하다.
↑ 넥센 히어로즈의 허리를 단단히 만들어야 할 신재영. 사진=MK스포츠 DB |
지난해 9월 전역한 신재영은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이번에는 살아남겠다고. 그리고 힘껏 공을 던졌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포수 미트에 꽂혔다. 힘이 실렸고, 코스도 절묘했다.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를 찾은 이장석 대표이사는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면서 신재영을 지목했다. ‘올해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그는 눈여겨보는 (젊은)투수 몇 명이 있지만, 누구라고 밝히고 싶지 않았다. 딱 1장만, 그 카드를 공개한 셈이다.
넥센에서 그의 보직은 선발진이 아닌 불펜. 허리를 책임질 자원으로 분류된다. 조상우의 선발 전환, 한현희의 수술, 손승락(롯데 자이언츠)의 이적으로 기존 필승조가 해체된 넥센이다. 그리고 새로 퍼즐을 맞춰가나 예년보다 허리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신재영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일단 잘 잡아가고 있다.
신재영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되는 연습경기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피칭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일 삼성 라이온즈전과 24일 LG 트윈스전에 맨 마지막 투수로 나서 모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성전에서 나성용, 박한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깔끔한 피칭을 한 신재영은 나흘 뒤 위기관리 능력도 선보였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은 뒤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대타 백창수를 내야 땅볼로 유도해 불을 껐다.
이날 등판한 투수 가운데 유일한 무실점이었다. 로버트 코엘로(1이닝 6실점), 라이언 피어밴드(1⅓이닝 1실점), 김상수(2⅔이닝 6실점 5자책), 박주현(2이닝 1실점) 등 선발진 후보들은 홈런 및 난타를 피하지 못했다.
과정은 괜찮다. 순탄하다. 2경기 연속 눈도장이다. 희망하는 바, 그 길을 스스로 잘 걸어가고 있다. 신재영은 “무엇보다 (경기에)나가는 게 우선이다. 무조건 많이 뛰고 싶고, 풀시즌을 소화하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내가 몸소 보여줘야 한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유망주라는 꼬리표는 어색하다. 이제는 마운드의 한 자리는 가져가야 한다. 갈 길은 더 멀다. 넥센은 25일 주니치 드래건스전을 비롯해 6번의 연습경기가 남아있다. 신재영은 최소 두 차례 이상 등판할 터. 또한, 시범경기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군 데뷔전과 함께 꿈을 하나씩 실천하기 위해서는. 신재영은 “이제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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