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LA다저스 선발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지난해 3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 도중 타구에 턱을 맞았다.
다행히 강한 타구가 아니었고, 맞은 부위도 턱 아래쪽이라 큰 부상은 면했지만, 치아가 부러지면서 이후 치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자칫 조금만 더 위에 타구가 맞았다면, ‘귀하신 몸’이 상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는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개발된 투수 보호용 모자를 착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고개를 저으며 “슈퍼마리오 같아 보인다”고 답했다. 불과 한 시간 전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지만, 그는 보호용 모자에 대해 ‘생각없다’는 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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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츠버그의 재러드 휴즈는 지난 주말 최근 개발된 보호용 모자를 착용하고 불펜 투구를 했다. 사진= 피츠버그 구단 트위터 |
그러나 이 모자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커쇼의 말처럼 생김새가 다소 우스꽝스러웠던 이 보호모자는 시야를 방해하거나 투구 동작 시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 선수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심지어 부상 경험자로서 모자 개발에 참여한 맥카시마저 착용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2014시즌 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뛰었던 알렉스 토레스만이 이 모자를 선택했다. 토레스는 탬파베이에서 뛰던 2013년 팀 동료 콥이 에릭 호스머의 타구에 맞아 실려나간 뒤 구원 등판한 투수다. 동료의 모습을 본 그는 보호 모자를 선택했다.
그의 모자는 명예의 전당에 전시됐다. 토레스는 뉴욕 메츠 소속이던 2015시즌 디자인이 한결 간결해진 보호 모자를 착용하고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선수들에게 호응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보호 모자를 승인했다. ‘붐뱅’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이 모자는 기존의 모자와 헬멧을 합친 형태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헬멧의 머리 윗부분을 톱으로 썬 형태다.
헬멧처럼 한 쪽 귀를 가렸다는 점이 특이하다. 투수가 팔로스로 동작을 한 이후 노출되는 쪽을 가려 옆머리로 날아오는 타구에 대비했다. 탄소 섬유 재질이며, 무게는 283그램에서 최대 340그램이다.
이 모자는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불펜 투수 재러드 휴즈와 마크 멜란슨은 지난 주말 이 모자를 쓰고 불펜 투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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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토레스는 투수 보호 모자의 얼리어답터다. 사진=ⓒAFPBBNews = News1 |
이 모자를 실전에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선수의 반응이 엇갈렸다. 휴즈는 “나같이 싱커를 낮게 던지는 경우 타구가 나에게 올 때가 많다. 이 모자를 쓰면 더 자신감을 갖고 싱커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시범경기에서 시험 착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멜란슨은 “솔직히 말하자면, 보이는 모습 때문에 시즌 중에는 착용하지 않을 거 같다. 이 모자를 적극 알리고 싶지만, 한 쪽 발은 안에 있고 한 쪽 발은 밖에 있는 상태”라며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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