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새로운 캡틴 류제국(33)은 뜨거운 땀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답답했던 팀과 스스로의 성적을 올해는 시원하게 반전시키기 위해 다부진 각오로 훈련하고 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류제국은 이번 겨울 부분적으로 투구폼을 다듬고 있었다.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상체가 과하게 (2루 방향으로) 돌면서 던지는 손의 그립이 등 뒤로 훤하게 노출된다는 고민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3루 방향으로 틀어지던 왼쪽어깨는 홈 방향으로 고쳐 잡고 2루를 마주보던 오른 어깨는 3루를 보도록 세심하게 폼을 교정 중이었다.
↑ 류제국은 지나치게 상체가 젖혀지면서 등 뒤로 손의 그립이 훤하게 노출되던 문제를 이번 겨울 세심하게 수정하고 있다. 팔만 고치기보다 몸통의 위치를 바로 잡는 이상적인 ‘풀이법’을 시도 중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최대한의 힘을 만들어 공에 실어낼 수 있는 투구 폼을 가지려면, 투구동작 각 구간의 미션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스트라이드는 힘을 전달하는 구간이다.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몸의 중심을 앞으로 끌고 나오는 이 구간에서는 중심의 직선 이동만이 목표일 뿐 아직 몸통의 회전이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흔히 ‘몸을 최대한 늦게 돌리라’고 하는데 이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꽉 참았다가 코킹 단계에서 몸통의 회전력을 극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단단하게 꼬였던 몸이 순간적으로 팽그르르 풀리면서 뿜어내는 파워를 공에 실어내는 게 투구폼의 원리니까.
그런데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먼저 몸이 풀려버리면 (즉 회전이 시작돼버리면) 코킹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회전력은 그만큼 반감되고, 내 몸을 충분히 이용하는 파워를 생성하기 어렵다. 류제국의 종전 투구 폼은 바로 이런 ‘힘의 손해’에 취약한 폼이었다. 몸통이 지나치게 젖혀지는 바람에 앞발(오른손 투수 류제국의 왼발)을 내딛어야 하는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상체가 끌려나오면서) 일찌감치 몸통의 회전이 시작돼 버린다. 막상 코킹단계에서는 몸통이 미리 많이 와있게 돼 (몸통의) 회전력 보다는 내리꽂는 팔의 힘에 의존하는 피칭을 하게 된다.
류제국이 새로 만들고 있는 투구 폼은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단단히 몸통을 붙들어 두기에 더 수월하기 때문에 코킹 이후 구간에서 그의 큰 체구를 좀 더 충분히 이용하면서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LG의 주축 선발투수지만, 류제국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그 만한 속구 스피드와 변화구 구위를 갖고 있다면 15승은 충분히 할 수 있는 투수라는 욕심이 들어서다.
그는 한 두점으로 꽉 틀어막는 위력적인 경기들도 많지만, 컨디션이 조금만 나빠도 대량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를 종종 보인다. 지나치게 ‘정직한’ 결과만을 손에 쥐는 것 같아 안타깝다.
투수는 한 시즌을 치르면서 늘 좋은 컨디션으로만 등판 일을 맞을 수 없다. 내 공이 썩 좋지 않을 때도 버티는 경기를 운영해 낼 수 있어야 안정감 있는 선발 투수가 된다.
유쾌한 성격처럼 화끈한 성적표만 주로 받아온 류제국이 새 시즌에는 때론 ‘꾸역꾸역 끌고 가는’ 근성 있는 경기들도 더 많이 펼쳐주기를 바라본다. 다시 10승 투수로 복귀하고 15승의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에게는 ‘진땀승’도 필요하다.
15승 투수에게 필요한 것은 열다섯 번의 완벽한 경기가 아니니까.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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