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미국 LA에 머물면서 만났던 선수들 중에는 재미교포 2세, 3세 학생선수들이 있었다. 고맙게도 내 SNS와 칼럼 등을 읽고 연락이 닿아 미국에 온 김에 만나보게 됐다.
학교 단체훈련이 하루 2시간미만인 이들 미국 중고교선수들은 스스로 혹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각종 이론서적과 동영상을 보면서 야구 공부를 많이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중 대니얼이라는 고교선수가 스윙에 대한 고민을 들고 왔다. 자신의 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스윙을 찾고 있다고 했다.
↑ 이종열 위원은 지난주 LA에서 교포 선수들을 만나 함께 야구 고민을 나누고 여러 조언을 했다. 사진=이종열 위원 페이스북 |
그의 스윙을 찬찬히 지켜봤다. 탄탄한 체격의 대니얼은 몸통을 힘차게 돌리는 파워 있는 타자였다. 즉 회전스윙(rotational hitting)은 썩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최적의 타이밍을 완성하는 중심이동이 부족한 듯 보였다. 정타로 맞혀내지 못한 타구들이 가운데로 뻗지 못하고 양쪽 파울라인으로 쏠리는 문제점이 있었다.
스윙은 강력한 몸통회전으로 파워를 만들어내는 회전운동과 경쾌한 중심이동으로 공의 궤적을 맞받아치는 직선운동이 이상적으로 배합돼야 하는 복합운동이다. 대니얼에게 그의 스윙에 대한 내 느낌을 말하고 중심이동에 관한 몇 가지 팁을 줬다. 그는 내 조언을 듣자 바로 시도를 해봤다. 어떤 이론적 설명에도 ‘왜(why)’라고 묻던 호기심 많은 학생이더니 한번 이해한 설명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실험해보는 선수였다. 그리고 곧바로 타이밍을 맞혀내 지켜보던 내가 더 감탄했다.
가르치는 사람의 흔한 착각 중의 하나는 학생이 달라졌을 때 ‘(자신이) 잘 가르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르침은 학생이 잘 받아들였을 때 완성된다. 칭찬은 배움을 소화한 학생이 온전히 받아야할 몫이다. 그래서 대니얼의 빠른 이해와 변화가 놀랍고 감사했다.
부친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과연 그는 ‘배움의 프로’였다. 대니얼은 좋아하는 타자의 스윙 장면을 꼼꼼히 돌려보며 분석한다고 한다. 유명한 타격코치들의 동영상 강의도 많이 보고 또 직접 찾아다니기도 하지만, 코칭을 듣고 무작정 따라하는 게 아니라 늘 스스로 연구하고 시도해본 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한다.
고교 졸업반인 대니얼은 미국 인디애나주의 명문 사립대인 노터데임대학(Univ. of Notre Dame)에 입학허가를 받아놓았다. 미국대학스포츠(NCAA) 디비전1의 야구팀을 갖고 있는 대학이지만, 선수 장학금보다 성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더 많아서 성적 장학생으로 입학한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 미국에서 만난 교포 선수 대니얼은 NCAA 디비전1에 속한 노터데임대학에 진학한다. 학업성적이 수석을 다투는 모범생인 그는 야구 역시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배우는 선수였다. 언젠가 ‘빅리그’의 영스타로 다시 그의 이름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대니얼 부친 폴정씨 페이스북 |
과거 야구를 잘했던 우리 선수들이 모두 공부를 잘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 야구를 하는 학생선수들에게 공부도 열심히 하길 권하는 이유, 여러분은 성실하게 배우고 똑똑하게 생각하면서 분명히 덜 어려운 방법으로 더 나은 야구선수가 될 수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