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이상철 기자] 30일(한국시간) 현재 NC 다이노스의 스프링캠프에는 독특한 이력의 선수들이 꽤 많다. 그 가운데 포지션을 전환한 이들이 있다. 야수조에서 투수조로 옮겨 운동하는 이는 2명이다. 외야수로 캠프에 참가했다가 투수로 보직을 바꾼 박상혁, 그리고 공을 받기만 하다가(포수) 공을 던지게 된 이준평이다.
박상혁은 투수 출신이다. 마산고 시절 투수로 뛰었다. 그러나 이준평은 투수 경험이 전무하다.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진 적이 없다. 그 경험도 겨우 3개월이다. ‘신생아’다. 그러나 그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는 게 NC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이준평의 이력이 참 특이하다. 건국대 출신 포수로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가 취소되면서 그는 국가대표 경력을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어려웠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프로에 입문하지도 못했다. 2012년 말 테스트를 거쳐 신고선수로 NC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래도 큰 꿈을 품고 프로의 세계에 발을 내딛었다. 2013년과 2014년, 스프링캠프 초대장도 받았다. 그러나 1군 0경기. LG 트윈스에서 이적한 김태군이 주전 포수로 낙점되면서 이준평에게 자리는 없었다.
↑ NC 다이노스의 이준평은 이제 자연스럽게 투수의 풍모가 느껴진다. 사진(美 투산)=옥영화 기자 |
그리고 지난해 5월 28일 말년병장은 공룡군단에 돌아왔다. 군 보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그는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않았다. 불펜 포수로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교육리그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깨 힘이 좋으니 투수로 보직을 바꾸자는 제안을 받은 것. 이준평은 앉아서 2루로 공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강견’이었다. 하체 근육도 단단했다.
김경문 감독도 그에게 투수로서 가능성을 살피고 보직 전환을 권유했다. 이준평은 고심했다. 그러나 고심할 필요도 없었다. ‘해보는 게 어때’는 ‘해라’로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마무리훈련부터 이준평의 포지션은 포수가 아닌 투수였다. 변신 준비시간이 부족했지만, 곧바로 연습경기에 등판했다. 그냥 있는 힘껏 공을 던졌는데 삼진까지 잡았다. 이준평은 “의외로 제구도 됐다”라며 자신의 숨겨진 재능에 놀랐다. 현재 최고 구속은 145km.
등 떠밀려 투수가 됐다. 솔직히 포수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포수 이준평을 스스로 지웠다. 이준평은 “더 이상 포수에 관한 여한은 없다. 이제는 투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뿐이다”라고 말했다.
투수와 야수는 많은 게 다르다. 훈련법은 물론 쓰는 근육도 다르다. 어색함을 없애는 게 투수 이준평이 한 첫 거름이다. 그는 “투수 관련 영상을 살필 겨를은 없었다. 일단 투수로서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 투수에 맞춰 보강운동을 하는 데만 전념했다”라며 이제 어느 정도 투수로서 신체조건을 갖췄다고 웃었다.
1군 경기 등판. 2016년, 이준평의 꿈은 어쩌면 소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간절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첫 번째 결실이기도 하다.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는 아직 1군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다.
이준평은 “난 냉정하게 영향력 있는 포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투수로는 영향력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선발이든 불펜이든)보직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방향이든 성공의 길을 가고 싶다. 포수로서
출발은 기분 좋다. 그는 새 시즌을 맞아 그토록 갖고 싶던 등번호 22번을 쓸 수 있게 됐다. 위시리스트 중 하나를 충족했다. 그러나 더 나아가면, 더 큰 기쁨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준평은 힘차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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