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이상철 기자] “내겐 왜 포크를 안 던졌어?” “나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고?” 뜬금없는 질문일지 모른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의아할 수도. 하지만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만난 골든글러브 수상자끼리의 대화다. 목적이 뚜렷한 수다이기도 하다.
박석민은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새 동료들과 함께 지난 15일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으로 떠났다. 외국인 동료와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테임즈, 스튜어트 해커는 지난 26일 선수단에 합류했다. 늦더라도 몸을 만들고 오라는 김경문 감독의 배려이자 메시지였다.
지난 27일 외국인선수들은 캠프 합류 첫 훈련에서 만난 박석민에게 장난을 걸기도 했다. 뜨거운 환영이다. 다만 함께 제대로 운동하지 못했다. 박석민은 가벼운 허리 통증으로 이틀 연속 팀 훈련 프로그램을 대부분 소화하지 않았다. 트레이닝코치와 함께 개별 운동을 했다. 직접 부딪히고 땀을 흘리며 제대로 친분을 쌓지 못한 것.
그래도 친해지고 싶은 건 서로에게 마음으로 전해진다. 기회가 닿으면, 공통된 관심사를 두고 대화를 나눈다. 그 관심사야 당연히 야구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된 박석민과 대결이다.
박석민은 구장 한 쪽에서 마시지, 스트레칭 등으로 운동을 했다(실내에서 웨이트도 한다). 홀로 떨어진 가운데 해커가 등장했다. 그는 누구보다 박석민의 합류를 반긴 이다. ‘연습벌레’로 불리는 해커는 평상시처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러닝으로 체력을 단련했다.
박석민과 마주한 해커는 잠시 숨고르기. 박석민이 궁금한 듯 해커에게 질문을 한다. “구종 중에 포크를 갖고 있나. 나와 맞붙었을 때 안 쓰지 않았나.”
해커는 지난해 박석민과 12차례 대결했다. 박석민의 기억이 맞았다. 해커는 “맞아. 난 주로 속구, 커터,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는 편이야. 포크는 물론 커브, 투심 등도 던지지. 다만 너에게는 포크를 던지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박석민은 타석에서 해커의 포크를 한 번 상대해 보고 싶었던가 보다. 그러나 둘은 한솥밥을 먹으면서 그럴 가능성이 ‘당분간’ 없어졌다.
해커도 한 가지를 묻는다. “나한테 홈런을 쳤었나.” 박석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소 놀라는 해커. 기록을 살펴보니, 그러했다. 해커는 지난해 9월 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1회 박석민에게 3점을 홈런을 얻어맞았다. 해커의 삼성전 유일한 피홈런.
박석민은 해커를 상대로 9타수 5안타(타율 0.556) 1홈런 5타점 1볼넷 2사구로 매우 강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가 1.556에 이른다.
해커는 알거면 제대로 알고 싶어했다. 구종과 코스를 구체적으로 박석민에게 물었다. 기억을 더듬는 박석민. “인코스를 노렸는데 공이 아웃코스로 빠졌다. 너의 실투였다.” 박석민의 기억력은 맞았다. 박석민은 당시 해커의 낮은 132km 슬라이더를 때려, 아치를 그렸다.
온통 야구 이야기다. 그렇게 친해져가는 둘이다. 해커는 “박석민을 처음 봤을 때 ‘야구선수가 맞나’ 싶었다. 캐릭터도 웃겼다”라며 “하지만 그가 뛰는 경기를 보면서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실력을 존중한다. 워낙 잘 하는 선수다. 투수의 좋고 나쁜 공을 모두 다 칠 수 있는, 그런 타자다. 이렇게 한 팀에서 뛰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덧붙인다. “지난해(2015년)에는 박석민이 내게 강했다. 하지만 재작년(2014년)에는 내가 더 강했다.” 이번에는 해커의 기억도 맞았다. 해커는 2014년 박석민을 상대로 11타수 무안타 1볼넷 1탈삼진을 기록, 일방적인 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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