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스코츠데일) 이상철 기자] 또 입이 쫙 벌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KIA 타이거즈를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만든 헥터 노에시(29)와 지크 스프루일(27)의 위력투다.
이틀 만이다. 헥터와 지크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웜업, 러닝, 롱 토스, P.F.P를 마친 뒤 마운드에 올랐다. 피칭 로테이션의 첫 조.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나란히 옆에 서서 공을 힘차게 포수의 미트를 향해 던졌다. 이날 공을 받은 건 불펜포수가 아닌 올해 KIA의 안방을 책임질 백용환(지크)과 이홍구(헥터)였다.
투구수는 헥터가 42구, 지크가 50구였다. 지크는 지난 번(33구)보다 17개의 공을 더 던졌다(헥터는 6개가 줄었다). 지난 번 평가는 “생각 이상”으로 “최근 외국인투수 가운데 으뜸”이라고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뛰어났다. 헥터와 지크는 묵직한 속구와 예리한 각의 변화구로 보는 이를 흐뭇하게 했다. 헥터는 “몸이 더 풀리면서 보다 나은 피칭을 한 것 같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대진 투수코치는 “페이스를 점점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훨씬 위력적인 피칭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둘의 라이브피칭은 2월 둘째 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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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헥터 노에시(왼쪽)와 지크 스프루일(오른쪽)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합류 후 두 번째 피칭을 했다. 이틀 전보다 훨씬 위력적인 피칭으로 모든 이를 놀라게 했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
이홍구는 “(헥터의)구위도 그렇지만 콘트롤이 정말 최고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용환도 “생각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 특히 슬라이더가 좋았다. (윤)석민이형의 슬라이더와 스피드는 비슷한데 각은 더욱 예리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지크의 슬라이더는 평소보다 나빴다. 지크는 “오늘은 체인지업이 좋았던 반면, 슬라이더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이틀 전보다 업그레이드. 조금씩 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KIA의 두 외국인투수 듀오다. 그들이 공을 던질 때마다 “와우~” 탄성이 쏟아진다. 그리고 KIA의 2016년 야구도 희망이 커진다. 호랑이군단의 한해 농사에 중요한 이들이기에. 김기태 감독도 말을 아끼면서도 에둘러 표현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 성공을 자신한 건 누구보다 헥터와 지크다. 두 살 터울의 이들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진중하다는 것. 행동이 조신하다. 그리고 말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한다. ‘까부는’ 이미지는 절대 상상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둘은 기록적인 목표에 대해 특별히 말을 하지 않는다. 인생은 당장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것(헥터)이고, 숫자보다 팀 승리가 중요하다(지크)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신뢰했다. 그만큼 제 실력이 자신 있다는 소리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다.
헥터는 “난 그저 마운드에 올라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난 늘 자신감이 넘친다. 그 자신감이 없다면, 잘 던질 수가 없다. 그리고 내 속구와 체인지업은 언제나 최고다. 특히 속구만큼은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지크도 “KBO리그에서 성공을 자신한다. 이유? 그냥 느낌이다. 난 내가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한국전 호투도 그 자신감의 한 원천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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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선수 트리오. 왼쪽부터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 브렛 필.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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