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의 하루는 매우 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운동이다. 포지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야수의 경우 많게는 오전, 오후, 야간 등 세 가지 파트로 나눠 진행된다.
이 일정을 단번에 숙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그날 훈련 일정이 인쇄된 A4 용지가 훈련장마다 한 쪽에 걸려있다(보통 각 구단은 마이너리그 팀 구장 내 훈련장 2~3곳을 쓴다). 선수들이 쉴 때마다 일정표를 보고 무엇을 해야 할 지를 파악하라는 이유다. 한 눈에 봐도 빼곡하다.
↑ LG 트윈스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 랜치에서 2016시즌 KBO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그런데 LG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일정표 하단에 비고(홈/원정 유니폼 착용) 외 또 하나의 칸이 있다. 훈련 프로그램 소개는 아니다.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문구를 넣어둔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LG는 지난해에도 그랬다. 다만 달라진 건 ‘격언’이 아니라 LG 선수단 ‘코멘트’라는 것이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공개된 1탄은 양상문 감독이었다. “2016년 LG TWINS 선수단 야구만 합시다.” 지난 6일 시무식에서 양 감독의 그 멘트였다. 하루 뒤의 2탄은 선수 편. 캠프 참가자 중 야수 최선참 박용택이었다. “통산 타율 3할을 치고 있어도 더욱 발전하기 위해 지금도 고민하고 연구하며 노력한다.”
선배의 끊임없는 노력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크게 와 닿지 않는 격언보다는 가까운 동료의 이야기가 더 생동감 있게 와 닿는다. 양 감독, 박용택에 이은 3탄은 이동현이었다(23일은 휴식일로 4탄은 24일 공개된다). LG는 매일 일정표마다 코멘트가 새로워진다. LG는 이번 1차 스프링캠프에 코칭스태프 11명과 선수 40명이 참가했다. 오는 2월 13일까지 훈련한다(14일 출국). 그 기간 동안 절반에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셈이다.
퍽 인상적이다. 그래서 박용택에게 물었다. 그러자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작품을 만든 이는 따로 있다고. 역추적을 하니, 유지현 코치의 작품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일정표를 만드는 건 유 코치가 해야 할 일이다. 유 코치는 “지난해까지는 격언을 넣었지만 선수단의 이야기로 바꿨다.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자는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 랜치 훈련장 한 쪽에 걸린 LG 트윈스의 일정표. 박용택에 관한 이야기가 하단에 적혀있다. 다른 구단과는 차별성을 지닌 일정표다. 사진(美 글렌데일)=이상철 기자 |
유 코치는 “동료는 물론 해당 선수에게도 ‘방향’을 담은 메시지를 줘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그 선수에게 원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면서 (이를 볼)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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