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13일 실시된 KIA의 체력테스트서 탈락자는 없었다. 전원 통과. 그러나 모두에게 스프링캠프 합류 직행 티켓이 주어진 건 아니다. 38명의 선수만 16일 미국 LA행 비행기에 탄다. 양현종, 윤석민, 김주찬 등 9명의 제외는 예정된 수순. 그럼에도 낯익은 선수 이름이 빠졌다. 강.한.울.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서 KIA의 지명을 받은 강한울은 2년간 183경기를 뛰었다. 지난해 기나긴 부진과 기복 심한 경기력으로 2군까지 내려갔지만, 그는 올해 KIA의 유격수 후보 중 한 명이다.
강한울은 체력테스트에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준수한 기록과 함께 가볍게 통과했던 그는 올해도 무난하게 기준선 이내 골인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원광대 후배들과 함께 운동하며 몸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한울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는다. 의아할 건 없다. 강한울도 “아직 합류할 수 있는 상태까지는 아니다”라며 예상했던 결과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한 후 재활 운동 중이다. 많이 회복됐으나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제외보다 열외에 가깝다. 새 시즌 출발이 남들보다 늦는 강한울이다. 그렇지만 아주 많이 늦지 않다. 회복 과정은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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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울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이후 100% 회복되지 않았다. 체력테스트는 통과했으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가지 못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강한울은 애리조나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러나 오키나와는 다르다. 그들처럼 2차 스프링캠프만큼 꼭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강한울은 “겨우내 체력 운동에 집중했다. 특히 웨이트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라며 “아직 회복 운동이 남아있으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합류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한울은 프로 3년차다. 기대는 컸으나 특출하게 보여준 건 없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타율 0.205 12타점 30득점으로 데뷔 시즌(2014년 타율 0.264 14타점 32득점)보다 기록이 나빴다. 시즌 중반 이후 박찬호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자책, 또 자책이다.
강한울은 “내가 잘 했다면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였던)팀 성적도 분명 더 좋았을 것이다”라며 “진짜 엄청 못했다. 내 자신이 실망스럽다.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귀국해 연습량이 부족한 데다 초반 뭔가 말리는 느낌이었다. 초조해지기까지 하니 안 되더라. 하지만 이것도 다 핑계가 아닌가. 그저 그냥 내가 못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은 강한울에게도 중요한 한 해다. 시즌 막바지 김선빈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D-Day’를 향한 시간은 줄고 있다. 강한울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많지 않을지 모른다.
강한울은 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현 위치를 잘 알고 있는 데다 해야 할 일도 잘 알기 때문이다. 강한울은 “검증된 데다 배울 점이 많은 (김)선빈이형과 경쟁이라니 당치도 않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지금껏 보여준 강한울과 다른 강한울을 보여주겠다고. 김선빈의 복귀와 별개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실망스러웠던 자신을 이기고 싶다.
강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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