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공항) 강윤지 기자] “선민이가 내야에 서있고, 그 뒤에 내가 서있었으면 좋겠다.” kt 위즈의 외야수 하준호(27)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남긴 소망이다.
하준호와 내야수 김선민(26)은 팀 내서 가장 탄탄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내 사랑’ 같은, 왠지 남자끼리 부르기에는 닭살 돋는 것 같은 말도 이들에게는 쉽다. 둘은 야구장 안이든 밖이든 계속 붙어 다니면서 좋은 에너지를 공유한다.
한 살 터울의 절친 하준호와 김선민은 이번 스프링캠프서도 룸메이트로 ‘재결합’한다. 지난 가을 익산 마무리캠프에 이어 이번에도 서로를 룸메이트로 지목했다. 쉽게 지칠 수도 있는 캠프 생활이지만 서로 응원을 하며 힘을 나누려 한다.
↑ kt 위즈 외야수 하준호(왼쪽)와 내야수 김선민이 스프링캠프 출발 전 서로를 향해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인천공항)=강윤지 기자 |
15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나타난 이들은 서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처음 말을 건넨 건 하준호였다. 하준호는 “잘해봐, 자리도 없을 텐데 힘내”라며 은근히 김선민을 놀렸다. 그러자 김선민이 웃으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리고 자리는 형이 더 없거든?”이라고 받아친다. 서로 “그래도 내 자리가 더 있을 걸”하며 장난을 이어간다.
하준호가 트레이드로 kt에 온 이후 둘은 2군에서 잠시 만났다. 김선민은 시즌 초중반 2군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 시즌 말미 즈음 1군에 입성했다. 하준호는 부상 때문에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처음 만난 건 각자의 이유로 머물렀던 2군에서였지만, 이렇게 붙어 다니기 시작한 건 1군에서 함께하면서다. 둘은 올 시즌에도 1군에서 함께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란다.
이제껏 장난스러운 말만 주고받던 이들은 이내 ‘진지 모드’로 들어갔다. 김선민은 “외야수가 많이 영입됐지만 준호형이 외야수가 주전이 될 수 있게 열심히 방에서 도와줄 거다. 쉴 때 계속 훈련시킬 거다”라며 룸메이트로서의 남다른 책임감(?)을 과시했다. 그는 “나는 준호형이 대한민국 최고 외야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많이
하준호 역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동생과, 자신 스스로를 향해 행운을 빈다. “얘가 내야에 서있고 그 뒤(외야)에 내가 서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그들에게는 가장 절실한 소원이다. 둘은 서로를 향한 든든한 응원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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